비뚤은 눈으로 보는 세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24 17: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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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민노당 권영길 대표는 최근 관훈토론회에 참석, “이번 총선에서 국회 진출은 100% 가능하다”면서 “득표율로는 15% 이상, 15명 이상의 의원을 배출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야무진 목표다.

민노당 의원 1-2명만 국회에 진출해도 ‘정치사의 대변혁’이라고 할만한 일인데, 무려 15석이라니 ‘야무지다’는 말 외에 달리 무슨 말로 표현하겠는가.

권 대표는 “50년 동안 기다렸기 때문에 너무 배가 고프다”고 했다.

굳이 그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좌파진보정당에 대한 토양이 너무나 척박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국민정서상 ‘좌파’니 ‘진보’하는 용어를 구사하는 일조차 사실 그리 용이한 일은 아닐 것이다.

민노당이 노동자와 농민, 도시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노동자와 농민, 도시서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빈부 격차에 분노하고,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물론, 노동자 농민이 제대로 대접 받는 사회를 기대하는 사람들조차 그와 같은 가치를 기치로 내건 진보 정당을 향해서는 소위 ‘불온 세력’이라 눈을 흘기는 게 오늘날 우리 국민의 정서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당내 분란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지금 우리나라는 친북 반미 성향의 노무현 정권과 사회단체로 위장한 급진 좌파 세력이 합세해 총선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그야말로 웃기는 소리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좌파가 아니다.

만일 노 대통령이 좌파라면 비정규직의 차별철폐를 주장하는 노동자가 죽음으로 항거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농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칠레 FTA를 추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성 정당 중에서 좌파라고 할 수 있는 정당은 없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열린우리당 모두가 우파정당이다.

단지 우측에서 누가 조금 더 왼쪽에 서 있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제일 오른쪽에 있는 극우파의 자민련부터 한나라 민주 우리당 순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당도 중도우익쯤으로 보면 맞다.

좌파정당으로는 민노당 녹색사민당 사회당 등이 있을 뿐이다. 이들도 좌파라는 용어를 선 듯 내걸지 못하고 있다.

국민정서를 감안해 ‘진보정당’이라는 용어를 대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언론마저 노동자들의 머리에 두른 ‘빨간 색 머리띠’에 시비를 거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드러내놓고 좌파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주눅 들 필요는 없다.

한나라당 지지자가 한나라당을 찍는 것이나, 민주당 혹은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그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나, 민노당을 지지하는 자가 민노당을 찍는 것이나 하등의 다를바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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