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의원의 선택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26 19: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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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자민련 이인제 의원이 검찰 소환요구에 불응하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필자의 심정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지금 이 의원은 검찰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으로 부터 불법자금 5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의원의 공보특보였던 김윤수씨가 5억원중 2억5000만원을 가로채고 나머지 2억5000만원은 이 의원의 부인에게 건네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돈을 받지 않았다”며 오히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을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하고 나섰다.

이같은 이 의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의원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하거나 그의 부인을 소환조사할 수도 있다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의원이 정말로 한나라당의 돈을 받은 일이 없다면, 또 이 의원의 주장대로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적을 죽이려고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구치소에 수감중인 대부분의 정치인들도 처음에는 “아니다”며 완강하게 반발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이 의원이 아무리 ‘기획수사’를 운운해도 국민들은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또 그러다 결국 전모가 드러나겠거니 하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돈을 받은 시점이 대선 직전인 재작년 12월 초의 일이라고 하니 정황상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당시 이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후보에게 패배하고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으로 옮겨갔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이 의원에게 손을 뻗어 ‘정치공작’을 시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지난 23일 검찰의 첫 소환통보에 ‘국회 본회의 일정’을 내걸고 검찰에 나가지 않았다.

이어 26일에는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을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까지 했다.

정말 이 의원이 억울하다면, 이런 방법으로 검찰수사를 피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검찰에 나가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도 이 의원은 한 때 정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간 일도 있으며, 지금의 대통령과 나란히 후보를 다투었던 관록이 있지 않은가.

그런 정치인이 비겁하게 군색한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결코 고을리 없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구속된 동료의원 석방표결을 하지 않나, 불법 비리 의원들을 비호하며 ‘방탄국회’를 소집하지 않나 별의별 희한한 짓들을 국회에서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이 의원마저 국민들의 불편한 심사를 건드려서야 쓰겠는가.

이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검찰에 나가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든지, 아니면 죄의 대가만큼 처벌을 받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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