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종 운동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04 20: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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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날개가 있어서 하늘 높이 올라갈 수도 있으나, 또 그로 인해 추락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지금 국회가 꼭 그 모양이다.

국회의원들이 권위를 앞세워 불법정치자금을 모금할 때는 좋았지만, 이제 그 권위로 인해 검찰수사를 받는 지경에 처하게 됐으니 어찌 아니 그러한가.

더구나 국회가 통과시킨 각종 법안에 대해 ‘불복종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은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알고 보면 국회가 이를 자초한 셈이다.

우선 이달부터 새로 적용되는 집시법을 보자.

말이 좋아 집시법이지 이것은 순전히 ‘집회와 시위를 하지 말자’는 법 아닌가.

실제로 새 집시법에 따르면 수백명 이상 모이는 집회는 개최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경찰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회를 언제든지 금지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집회와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는 얘기다. 이런 법안도 법이기에 따르라고 강요한다면, 그게 어디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인가.

물론 이런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국회의원들도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상위 50개 인터넷 언론사에 선거관련 글을 게시할 때 본인 여부와 실명확인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참으로 가관이다.

사실 실명제는 과거 군사정권시절에 행해진 기사 사전검열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런 실명제 도입에 정치권이 합의했다는 것은 네티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기성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 보겠다는 더러운 거래에 불과할 뿐이다.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조차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재고’의견을 내었겠는가.

또 노조의 정치자금 금지 조항은 어떠한가.

세상에 ‘차떼기’불법자금과 노동자들의 성금을 같이 견주는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노조의 기부행위마저 제한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단지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해서 이런 법안들을 모두 따라야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미친 짓이다.

만일 우리 국민이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도 법이기에 무조건 따랐다면,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오늘날처럼 이렇게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유신독재에 불복종함으로, 5·6공 군부독재에 항거함으로 오늘 우리나라 정치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불복종 운동, 그것은 국회의 권위추락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 국민의 성숙한 정치의식을 나타내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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