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부르는 전국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10 20: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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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중앙일보가 자동이체 구독자에게 월 2000원씩 구독료를 할인해 주는 편법으로 소위 ‘가격파괴’를 시도하면서 ‘변화된 마케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카드 결재시 1000원을 더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지국간의 과열 경쟁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90년대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참으로 끔찍한 마케팅전략인 것이다.

출혈을 감수한 전국지의 이같은 할인경쟁은 불공정한 신문시장구조를 더욱 왜곡시켜, 가뜩이나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지방지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 일부 전국지들이 실시하고 있는 가격 할인경쟁은 한마디로 ‘출혈 경쟁’이다.

국내 신문의 가격이 지금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이미 10여년전부터 지적돼온 마당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무차별 할인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전략으로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가뜩이나 싼 신문가격을 더 낮추게 되면 신문사들의 광고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광고주 눈치보느라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없게 됨으로 독자들로부터 외면받아, 결국 전체 신문시장의 몰락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사실 독자들은 신문 구독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론을 왜곡하는 일부 전국지들이 정도를 걸어간다면 기꺼이 구독료 인상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시민 의식을 지닌 것이 우리의 활자매체 애독자들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중앙집권체제하에서 정부의 온갖 비호와 탈세 등으로 인해 오늘의 입지를 구축한 전국지들은 그 자체를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만일 우리나라가 일찌감치 지방분권에 나섰다면, 좀더 일찍 민주화가 진행됐다면 조중동의 오늘같은 성장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 전국지는 ‘USA투데이’하나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가 지방지다.

그 유명한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타임즈’도 모두 지방지다.

그런데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전국지는 무려 10여개가 넘고 있으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지금 이런 왜곡된 신문시장구도를 정상적으로 잡기 위해 지역신문발전법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됐다.

더구나 예전처럼 중앙정부가 비호해 줄리도 만무하거니와 지방자치단체도 전국지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전국을 무대로 ‘싹쓸이’ 하던 전국지들은 당연히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온갖 부정과 특혜를 기반으로 구축한 자본을 무기로 내세우며 출혈경쟁에 나서, 지방지를 압박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진정 변화된 마케팅을 추진하려면 출혈 할인경쟁에 나설 것이 아니라 진실보도 경쟁에 나서야 할것이다.

우리 국민은 진실을 보도하는 신문, 그래서 만족할만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신문이라면 기꺼이 1000원을 지원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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