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의 계속되는 自充手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16 20: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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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바둑이나 장기에서 한번 수를 잘못 읽으면 겉잡을 수 없다.

이럴 때에는 비록 대마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신속하게 상황을 수습하는 게 상수(上手)다.

그러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총선전략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미안한 말이지만 하수(下手)도 이런 하수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악수(惡手)만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이라는 최악의 수를 놓고 말았다.

그 잘못된 수, 즉 ‘탄핵안 가결’로 인해 ‘한-민공조당’ 지지율은 급락하는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죽하면 탄핵안을 주도한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겠는가.

이는 ‘탄핵 역풍’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탄핵반대 대 탄핵찬성’ 이라는 대결국면으로 상황이 전개되면서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럴 때에는 재빠르게 탄핵가결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 최고의 수다.

그런데 잘못된 것을 억지로 잘됐다고 우기려다보니, 자꾸 무리수만 두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언론의 왜곡 탓’이라면서, 왜 ‘민의’가 자신들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쪽으로 향하는 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조차 하려 들지 않고 있다.

그러니 쓸데없이 방송사를 찾아다니면서 항의하다가 또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14일부터 조순형 대표가 직접 KBS, MBC 등을 항의한 데 이어 한나라당과 함께 국회를 소집해 책임자 추궁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심지어 조대표 옆에서 탄핵정국 바람잡이 역할을 한 김경재 의원은 느닷없이 ‘여론조작설’을 설파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계속해서 자충수(自充手)만 두고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의 강운태 사무총장 같은 경우는 “국민들은 며칠 지난 다음에 왜 탄핵이 이뤄졌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이라면서 “조만간 반응이 진정될 것이고 지지세도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국민들은 강 총장의 말처럼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민주당을 지지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더욱 분명하게 내리고 있지 않는가.

엊그제 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그나마 7%대는 유지하던 민주당 지지율이 이제는 겨우 4~5%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그 단적인 반증이다.

이정도로 혼쭐이 났다면 정신 차릴 때도 되었건만, ‘한-민공조당’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탄핵사유추가 추진’이라는 자충수를 두고 있으니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허긴 이런 사태인식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의 대표랍시고 국회로 보내놓은 유권자인들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또 있을까?

이것이 이번 4.15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투표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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