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에 告함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22 20: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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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열린우리당이 현실적 딜레마로 등장한 ‘의원직 총사퇴’ 선언을 어제 공식 철회했다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의원직 총사퇴는)국민에 대한 고백이고 약속이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결의인 만큼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국민은 우리를 인정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것”이라며 사퇴주장을 요구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심정을 필자가 모르는 바 아니다.

사실 필자는 “열린우리당의 선거전략은 도덕적 우위가 돼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도덕적 우위를 위하여 의원직을 버린다는 것은 사실상 민의를 거스르는 일로 필자는 단연코 반대다.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할 양이면 당연히 국민들의 의사를 먼저 묻는 것이 순서 아니겠는가. 하지만 ‘탄핵정국’으로 시끄러운 지금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의 의원직 총사퇴를 결코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의원직 총사퇴를 강행했다면, 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민 의사에 반해 노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총사퇴를 공식 철회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참으로 답답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도덕적 우위’를 주장하며 ‘의원직 총사퇴’라는 무모한(?) 결심을 할 정도로 개혁을 표방하고 나선 열린우리당이 정작 후보자 공천에서는 스스로 제시한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차별성과 개혁정신을 앞세워 후보공천에서 비리 전력자, 선거법위반 후보, 공천 탈락자, 불출마 선언자를 배제하겠다고 천명해 놓고는 탄핵안 가결 이후 지지율이 올라가자 지역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자치단체장 영입을 추진하는가하면 심지어 후보를 내지 못한 일부지역에서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야당 공천탈락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한심한 소식마저 들려오는 상황이다.

필자는 이같은 소식이 유언비어이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 이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열린우리당은 ‘의회폭거’를 저지른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 분노 덕에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정치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입으로만 ‘개혁과 민주’를 표방하며 유권자를 계속해서 기만한다면 민심이 언제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말 그간 정치권의 파행으로 국민들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열린우리당은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조용히 민생을 챙기고, 차분히 정치개혁을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만일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으로 오만과 착각에 빠져 다수의 의석만을 탐하게 된다면, 결국 열린우리당도 다른 정당과 다를 바 없는 ‘마찬가지 구태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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