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치 표현의 자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24 20: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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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23일 `출범 2주년 전국대의원대회’를 갖고 오는 4.15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같은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통령 탄핵소추 무효를 주장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19일에는 대통령 소속 기구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과 직원 43명이 `탄핵규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단지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밝혔을 뿐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지나치게 민감하다.

실제로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 건 국무총리는 24일 전교조의 `탄핵무효 시국선언’ 발표에 대해 “법에 따라 징계하는 등 엄정 조치할 것”을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장관에게 지시했는가 하면,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경찰이 전공노에 대해 위법사항이 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행자부는 이날 공무원 노조 지도부 등에 대해 소속 행정기관장이 관련법에 따라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물론 공무원 노조의 ‘민노당 지지결의’는 선거법 등 현행법에 위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공개적인 지지선언은 선거운동에 해당돼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255조에 어긋나며, 특정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84조에도 저촉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결의문 서두에서 ‘업무상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는 민노당을 지지하나 어디까지나 상징적일뿐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를 빌미로 정부가 공원노조를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사상과 신념의 자유까지 부정당하는 정치적 중립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공무원 노조의 주장은 옳지 않은가.

이마저 못하게 막는다면 그것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필자가 판단하건데 공무원노조의 정치적 입장 표명은 직무 수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물론 직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도 아니다.

비정치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지지의사를 단순하게 표명한다고 해서 직무수행은 물론, 국민에 대한 봉사에 무슨 영향을 끼친다는 말인가.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관권 선거시비는 일선 공무원들이 아니라 고위 공무원과 이와 공생적 관계를 가진 부패한 정치권이 초래한 것 아니겠는가.

필자는 내심 공무원노조가 특정정당이나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것보다 잘못된 선거법과 공무원법 개정 투쟁에 먼저 나서줄 것을 바랐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이미 민노당 지지선언을 한 마당이다.

따라서 아쉽더라도 모든 진보적 언론은 이제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무원노조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비록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잘못된 것은 아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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