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 계백등에 비수 꽂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4-01 20: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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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도라산 임진각에서 선대위 출범식을 갖고 스스로 ‘계백’이 되겠노라고 말했었다.


추 위원장의 이 말은 민주당 지지도가 민주노동당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아마도 나당 연합군과 최후의 결전을 앞둔 백제의 계백장군처럼 비장한 각오로 총선에 임하겠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었을 게다.

사실 정체성을 상실한 민주당에 실망하고 이탈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몇몇 소장파만을 이끌고 도라산을 찾은 추 위원장이나 불과 5000여명의 군사로 그 열 곱절이 넘는 나당 연합군과 최후의 결전을 치러야하는 계백의 심정은 흡사했을지도 모른다.

계백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나당연합군과 맞서 싸우도록 명령을 내린 사람은 백제 31대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다.

무왕의 맏아들인 그는 일찍이 효성과 우애가 깊어 해동증자(海東曾子)로 불렸는가 하면, 친히 신라를 공격해 미후성 등 무려 40여 성을 함락시키기도 했다. 정말 손색없는 왕이었다.

그러나 그의 즉위 후 국위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귀족들의 내부분열과 왕실의 사치·방종으로 인해 통치질서가 붕괴되면서 백제의 운도 거기에서 끝나버렸다. 그는 전쟁에서 패한 후 당나라로 압송, 그곳에서 병사했다.

필자는 지금 계백이 추 위원장과 교차하는 것처럼 의자왕과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닮은 꼴을 발견하게 된다.

조 대표도 취임 직후 민주당의 지지도를 한껏 끌어 올릴 만큼 유능한 모습을 보였었다.

의자왕이 ‘해동증자’라 불렸던 것처럼 그에게는 ‘미스터 쓴소리’라는 멋있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조대표의 모습은 의자왕의 마지막 모습처럼 너무나 추하다.

추미애 위원장의 민주당 선대위가 출범 하루만에 암초에 걸려 좌초했다.

조순형 대표와 추 위원장간 ‘옥새 파동’에 중앙선관위가 조순형 대표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하루만에 ‘도로 민주당’이 돼 버린 것이다.

지금 희색만발한 당권파들은 비례대표 자리를 놓고 군침을 삼키고 있을 것이다.

백제가 귀족들의 내부분열과 황실의 방종으로 인해 멸망당한 것이나 민주당의 지금 모습이나 과연 무엇이 다르겠는가.

참으로 가관인 것은 조 대표가 이를 두고 “법과 원칙의 승리”라며 “국민이 기뻐할 일”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그 못난 의자왕도 자신의 장수인 계백의 등에 칼을 꽂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 대표는 자신이 내세운 장수인 추 위원장의 등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단지 ‘옥새’때문이다. 그리고는 고작 한다는 말이 “백성이 기뻐할 일”이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황산벌 싸움에서 패한 백제의 옥새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렇다면 2주후, 즉 4.15 총선 이후 민주당의 옥새가치는 얼마나 될까.

옥새는 고사하고 민주당 간판이나 제대로 붙어있을지 참으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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