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혁명, 유권자 승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4-15 23: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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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이번 4.15총선의 마지막 승자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정당 사상 최초로 원내에 진입한 민주노당이 아니라 바로 이런 혁명적 결과를 가져온 유권자들이다.

낡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유권자들의 성숙한 정치의식이 높은 투표율로 나타났으며, 결국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국회를 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우리나라 진보정당 사상 최초 원내 진입이라는 성과물과 동시에 캐스팅보트를 쥐는 당당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게 됐으니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하다.

16대 총선 때의 최종 투표율이 57.2%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총선의 최종 투표율은 우려했던 바에 비하면 그래도 높은 편이다.

사실 1980년대 이래 치러진 6번의 총선투표율이 12대(1985년)의 84.6%를 정점으로 16대까지 5~10% 포인트 계속 하락한 바 있다.

이런 하락세가 이번 17대 총선에서도 계속됐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주권행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 유권자들이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정치권도 이번 총선 결과를 바라보면서 무엇인가 깨달은 점이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3.12 탄핵안 가결’처럼 ‘민심은 천심’이요, 그런 민심을 역행해서는 안된다는 상식을 깨달았을 것이고, 특히 민주당은 부정부패세력과 공조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깊이 깨닫고 반성했으리라 믿는다.

물론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표를 준 것은 이들 정당이 한나라당이나 그들과 공조한 민주당보다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유권자들의 이런 바람에 실망을 안겨줘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이 지금 무엇을 바라는지 각 정당은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민심을 따르는 해법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정치적으로 풀어주기 바란다. 정치적 동기에서 빚어진 탄핵문제를 헌법재판소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이라크 파병문제도 악화일로에 있는 이라크 내전상황을 감안,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파병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부정척결과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즉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등이 조속한 시일내에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민주노동당 지지선언과 관련, 구속 중인 자들을 모두 석방하고 수배자들은 즉각 수배 해제하는 등 ‘공안한파’로 치닫던 정부방침에 따끔하게 일침을 가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전술한 바와 같이 이번 혁명적인 총선 결과는 유권자가 일궈낸, 유권자의 승리다.

따라서 승자인 유권자들은 언제든 이같은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

이 말을 허투로 듣다가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도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이나 자민련 꼴이 되고 말 것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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