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얼굴 바꿔야 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4-29 20: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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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17대 총선에서 우리 국민은 열린우리당을 152석의 거대한 여당으로 만들어 줬다.

물론 16대 국회와는 다른,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혁명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에 버금가는 개혁적인 후속조치가 속속 잇따를 것이란 기대로 유권자들은 이것저것 안따지고 열린우리당에 표를 몰아 줬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열린우리당의 행보, 특히 정동영 당 의장의 행보를 보면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정치를 못해도 이건 보통 못하는 게 아니다.

정 의장은 지역감정을 타파하기 위해 출발한 정당대표선출 과정에서 ‘전북 중심의 당’을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했는가 하면, 노풍(老風)발언으로 인해 최소한 10석 정도는 잃게 만든 당사자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당선자 워크숍에서 느닷없이 ‘실용노선’이라는 아리송한 노선을 택하고 말았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실용주의라고 해서 개혁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용주의 노선을 택할 경우, 개혁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로 정 의장은 실용정당이 개혁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언론개혁, 사법개혁,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지 개혁하지 않는다고는 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은 기본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 저항 없는 개혁만하겠다는 것은 “개혁의지가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관련, 박근혜 대표와 당내 소장파 및 개혁성향의 당선자들은 `수구적 이미지’가 강한 당의 이념과 노선을 `개혁적 보수’로 바꾸고 이를 위해 국가보안법, 대북정책 등 기존 당론과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마당이다.

만일 이들의 주장이 한나라당 내에서 제대로 먹혀들어가기만 한다면, 오히려 한나라당이 좌(左)가 되고 열린우리당이 우(右)가 되고 만다. ‘차떼기 수구꼴통’이 좌(左)가 되고, 50년 전통의 야당인 민주당을 개혁하기 위해 분당을 불사한 열린우리당은 우(右)가 된다?

세상에 이처럼 웃기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래서 개혁의지가 없는 당의 얼굴을 당장 갈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당의 얼굴로 특정한 한 사람만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 정치란 원래 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인영, 유기홍, 우상호와 같은 새내기 당선자들은 물론, 임종석 의원이나 김근태 원내대표 같은 개혁의지가 확고한 사람들이 함께 팀을 이뤄 나가는 체제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6.5 재보선에 열린우리당이 4.15 총선의 승기를 계속 이어가려면, 필자의 진심어린 충고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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