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광장 시민 품으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5-09 18: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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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시청 앞 광장이 공원인가.

그 광장의 주인은 이명박 서울시장인가.

물론 그 정답은 ‘아니다’라고 해야 옳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서울시는 우리 시민일보 등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에 잔디를 깔고 말았다. 그런데 푸른 양단자 처럼 깔려 있던 그 잔디가 예상했던 바와 같이 지금 누렇게 뜨고 있다.

아예 맨땅이 드러난 곳도 부지기수다.

지난 1일, ‘Hi Seoul 페스티벌’에 맞추어 서둘러 개장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잔디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서울시는 급기야 어제(9일)부터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대대적인 보수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서울시가 이처럼 잔디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시민의 자유로운 광장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시청 앞 광장이 ‘서울광장’이 아닌 ‘서울공원’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으로 이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광장(廣場)은 ‘open space’다. 결코 출입을 통제받는 공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서양의 광장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 아고라(agora)나 고대 로마의 포룸(forum)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 로마의 광장을 뜻하는 포룸(forum)은 공개토론회를 의미하며, 동시에 광장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어떤 상호교류가 행해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광장은 공원과 달리 매우 역동적이다.

87년 6월 항쟁과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 최근 탄핵반대 촛불 시위 등이 모두 시청 앞 광장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그런 광장에 잔디를 깔고 그 잔디가 죽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것은 결코 온당한 처사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당초 잔디공원 조성을 반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Hi Seoul 페스티벌’에 맞추어 잔디광장을 임시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사실 그 같은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행정편의적인 전시행정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일회용 행사를 위해 51억원이라는 막대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필자는 서울시의 지나간 잘못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시장에게 일깨워 주기 위함이다.

시는 쓸데없는 잔디를 깔아놓고 그 잔디보호를 위해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서울 시민들이 어떤 광장을 원하는지 직접 들어보고, 그 의견을 따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광장의 주인은 이 시장이 아니라 바로 우리 서울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원하는 광장, 시민들의 상호 교류가 이뤄지는 역동적인 광장을 조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서울광장을 진정으로 1000만 서울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서울시는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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