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와 지역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5-17 20: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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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학문적으로 신문은 배포범위에 따라 국제지(international paper), 전국지(national paper), 지방지(regional paper), 지역지(local paper) 등 4가지로 분류한다.

그런데 최근 국회를 통과한 지역신문발전지원육성법은 이를 단 두 가지로만 분류하고 있다.

바로 전국지와 지역지다.

지역지는 특정 시·도 단위(일간), 혹은 특정 시·군·구 단위(주간)를 대상으로 배포되는 신문으로 수도권 지역의 시민일보, 경인지역의 경인일보, 부산 경남지역의 부산일보, 강원지역의 강원일보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조·중·동을 비롯, 매일경제니 전국매일이니 하는 기타 나머지 부류의 신문들은 모두 전국지다.

사실 국회가 지방지라는 용어 대신에 지역지라는 용어를 선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이라는 용어가 ‘중앙’과 대별되는 용어로 과거 중앙집권적인 시각이 깊이 배어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신문학에서 ‘중앙지’라는 용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지 기자들은 스스로를 ‘중앙지’라고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불행하게도 이런 호칭이 지역지 기자들 사이에서도 스스럼없이 통용되어 왔다는 사실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지역지 기자들은 결코 전국지를 우대, ‘중앙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사실 ‘전국지’와 ‘지역지’에는 판매지역의 구별 이외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예를 들면 우리 시민일보가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전국지로 변화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수도권 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있기 때문에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그렇게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전국을 판매망으로 할 경우 돈이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하지만 언론은 장사꾼이 아니다. 그래서 지역지들은 어려운 환경을 감수하면서라도 그 사명감으로 인해 기꺼이 ‘지역지’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각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이제 전국지를 ‘중앙지’라며 특별히 우대하지는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각 언론-시민단체는 명분 없는 전국지보다 오히려 사명감 있는 지역지를 향해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얼마전 기호일보 1면기사에서도 지역신문발전지원육성법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서 ‘중앙지’라는 명칭 대신에 ‘전국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필자가 창간호부터 주장했던 용어가 이제 지역지에서도 서서히 통용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사실 용어의 정립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김영삼 정권 당시 5.16을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로 정의한 것이나, 5.18을 ‘광주 사태’가 아니라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바꿔 부르도록 한 것도 그만큼 용어 사용이 중요한 까닭일 것이다.

모쪼록 전국지와 지역지라는 용어가 올바르게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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