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와 인사시스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5-18 19: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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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전국공무원노조 강동지부는 엊그제 6.5 재·보선과 관련, “강동구청의 일부 간부들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가능성이 있는 유력후보들에게 경쟁적으로 ‘줄서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맥을 대고 돈을 바쳐서라도 승진경쟁에서 이겨보겠다는 저열한 출세욕 때문에 지금까지 공직사회를 병들게 해온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음에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작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강동지부의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특히 “내부에 있는 미꾸라지 같은 출세주의자들이 공무원 노동자로서 전체 국민을 위해 소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특권층, 권력자들에 빌붙어 기생하려는 구태와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강동지부의 비난에 대해 필자도 공감하는 바다.

사실 일부 간부들이 벌이고 있는 ‘추악한 게임’은 공무원 조직의 단결을 깨뜨리고 부패정치를 유지시키는 사회악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직업적·도덕적 절개를 지켜야 할 한 나라의 공무원이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정치권력과 부화뇌동하고, 그 댓가로 출세를 보장받으려고 한다면 이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무원들로 하여금 ‘줄서기’를 강요당하는 인사시스템에 있다.

정치권력이 선거 때 공무원들의 해바라기성향을 교묘히 유도하고 나중에 논공행상에 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줄서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아주 노골적으로 직원들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제왕적 구청장도 있다고 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그 구청에서는 구청장으로부터 박수를 많이 받은 직원은 인사고가에 반영된다고 한다.

이쯤되면 한마디로 그는 구청장이 아니라 제왕이다.

공무원들은 승진하기 위해서라도 그의 박수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에게 잘 보인 사람들은 10년 넘게 중요부서에서만 근무하는 황은(皇恩)을 누리게 된다고 하니, 어찌 줄을 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의 맘에 안 들면 누구라도 곧 변방(?)으로 방출되고 만다.

물론 본인의 동의 같은 것은 아예 필요 없다. 왕이니까 자기 맘대로다.

별정직을 경력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쯤은 그에게는 일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주위에는 한마디로 간신배(?)들만 득시글거린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인사 시스템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따라서 ‘줄서기’를 하는 공무원을 질타하기에 앞서, 이런 잘못된 인사 시스템을 보완·개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인사시스템을 개혁했듯이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시스템도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다.

단체장과 공무원노조가 ‘상설인사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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