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기자실을 떠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6-14 18: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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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수 없지만 오히려 기자는 기자실을 떠나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정당이나 각 기관에 있는 기자실의 가장 큰 문제는 ‘정언유착’ 혹은 ‘관언유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점일 것이다. 기자실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언론을 활용하고 기자들을 관리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 뉴욕타임스는 일제시대에 뿌리를 둔 기자실 제도로 인해 기자들은 출입기관에서 일어나는 뉴스의 보도 여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받기도 했다는 전·현직 기자들의 언급을 소개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한국언론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자실의 문제를 개선하면 된다. 하지만 기자실의 문제점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기자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경비가 든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청와대와 정부부처 등은 출입기자들에게 기자실 경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기타 정당이나 기관의 경우 기자들이 기자실 경비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자들은 이들 기관으로부터 길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기관이나 정당으로부터 관리를 받는 기자, 즉 이들로부터 길들여진 기자가 제대로 된 비판기사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정말 올바른 기자가 되려면 기자실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와대를 시작으로 많은 기관의 기자실이 폐쇄된 대신 브리핑 룸이 신설돼 원하는 언론기관의 기자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기관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변화의 속도는 기자실 제도의 `원조’ 격인 일본과 비교할 때 특히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아직도 각종 정부 및 민간기관과 기업체 등에 기자실이 남아 있어 대중에게 알리는 정보의 성격과 수준을 제약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언론에 관한한 일본은 우리보다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청 기자실은 언론개혁에 발맞춰 일제치하의 잔재인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한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서울시청 기자실은 요지부동이다. 당연히 서울시정의 난맥상에 대한 비판기사가 적을 수밖에 없다.

기자들이 서울시로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기자실 속에 안주하는 기자들은 기자라기보다 사실상 시청홍보요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자기들끼리 유력지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웃기는 얘기다.

기관의 관리아래 철저하게 길들여지는 주제에 무슨 유력지 기자란 말인가.

기자실을 떠나지 않는 한 서울시청 기자들은 여전히 일제치하시대를 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이 진정 기자가 되려면 당장 일제시대의 유물인 그 기자실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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