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의 눈물을 보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6-24 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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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어제 부산에서 고 김선일씨 살해 소식에 격분해 해머를 들고 이슬람 사원으로 들어가려 한 50대 남성이 경계근무 중인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국방부 홈페이지는 ‘테러응징’을 주문하는 네티즌들이 폭주하면서 접속장애를 일으켰다는 그야말로 가슴 철렁한 소식도 들린다.

특히 네티즌들은 극도로 분노한 나머지 김씨를 살해한 테러단체만 지목하지 않고 이라크 국가 및 국민 전체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낼 정도로 흥분했다고 하니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나도 예비역 병장’이라는 네티즌은 “이라크에 있는 풀 한 포기까지 모두 없애라.

당장 이라크에 대해 전쟁선포를 하라. 특전사와 해병대 보내 이라크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고 한다.

다른 네티즌은 “자이툰부대를 전투부대로 재편성해 팔루자로 보내라.

거기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도륙하라. 이것이 자이툰부대의 임무다”라며 거의 이성을 상실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송동훈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우리 형제가 죽은 마당에 구호활동이라는 게 말이 안된다.

용병을 사서라도 범인 색출 시까지 복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네티즌들의 분노를 모르는 바 아니나 이런 보복과 응징의 논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정부가 이런 논리로 추가파병을 강행하려는 모습은 더욱 옳지 않다.

9.11 사태 후 부시 정부가 동원한 ‘악의 축’이니 ‘대터레전’이니 하는 등의 전쟁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지금쯤 우리는 이성을 되찾고 이라크를 바라보는 진실의 눈을 뜰 필요가 있다.

미국이 지난해 3월20일 이라크를 공격한 이후 이라크 민간인 1만1000명이 숨지고 약 4만명이 부상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특히 김씨가 피랍되고 사체로 발견된 팔루자에서는 지난 4월 이루어졌던 미군의 봉쇄와 폭격에 의해 지난 두달 동안에만 무려 1500여명 이상의 사람이 다치고, 800여명 가량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과 어린이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또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팔루자 인근 아브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문과 성적인 학대까지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리는 살해당한 김씨 어머니의 눈물을 보며 마치 내일처럼 모두가 가슴 아파했다.

하지만 5만 여명이 넘는 민간인 희생자, 전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여성과 어린이들까지 무참히 학살당한 이라크 민중의 눈물에 대해 얼마나 가슴 아파해 왔는가.

저항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감옥에서 고문과 성적학대를 당하며 공포에 떨었을 그들의 마음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헤아리려고 해 왔는가.

우리가 아파하는 것처럼 지금 그들도 아파하고 있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그들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철저한 응징을 위해 총부리를 겨누자고?

아니다.

파병은 즉각 철회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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