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을 기억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8-02 19: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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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청와대가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이틀만에 윤증현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를 전격 발탁함에 따라 금융감독체계 개편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걱정이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감독 체계개편 및 운영혁신 방안’을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했으며, 이에 대해 대통령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소식이 들리기 때문이다.

개편방안에는 금융관련 각종 법안의 제정 개정권 등을 금감위에 이관하는 등 금감위의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하고, 금감원은 현 조직을 유지하지만 감독업무를 상당 부분 금감위로 넘겨주고 고유의 감독업무에만 주력토록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금감위의 권한을 강화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관치금융을 조장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경실련은 “정부혁신위의 계획대로 금융감독체계가 개편된다면, 금감위 중심의 공무원 조직은 급변하는 시장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응의 어려움과 감독의 신속성, 전문성의 미비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참여연대는 “감독기구 개편의 핵심 원칙은 금융감독 기능이 다른 정치적·정책적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제어하는 것, 즉 금융감독 기능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들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는 향후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발전과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특히 금융감독 기능을 다른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엄정한 감독의 집행을 유보했을 때의 결과가 무엇인지, 우리는 소위 ‘카드대란’을 통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는가. 그 과오를 되풀이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따라서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다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 논의해야만 한다. 필요하다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토론의 장을 열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시장참여자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금감위 사무국의 권한과 인원 확대는 관치금융의 강화일 뿐임으로 재고해야 할 것이며, 감독과 검사 기능은 금감원으로 단일화하고, 금감위 사무국은 축소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여하한 경우에라도 감사원과 재경부가 주장하는 금융부 설치 등 감독기구의 공무원조직화, 즉 관치금융을 위한 개편작업 진행돼서는 안된다.

특히 정부 당국은 관료가 성장의 주역이었던 과거의 낡은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오늘날의 시대적 과제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금융감독기구 개편원칙도 반드시 이런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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