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이라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8-16 19: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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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진성정당으로 가기 위한 원칙론이냐, 대중정당으로 가기 위한 현실론이냐.

열린우리당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요건 완화방침에 반대하는 300여 당원들이 엊그제 중앙당사에 모여 ‘당원요건 사수’를 절규했다고 한다. 당헌·당규 개악은 구태정치로의 회귀라는 것이다.

현행 당헌·당규에서는 매월 2000원의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한 사람에게만 기간당원 자격이 부여된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창당 때의 목표인 ‘1백만 당원의 대중정당’이 불가능하다는 게 요건완화의 주된 이유다.

그래서 매월 1000원으로 당비를 인하하고, 1년치 당비 2만4000원을 한꺼번에 내는 연납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심지어 당원 교육 등 당 행사에 참가할 경우 당비를 면제해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당비 내는 기간당원에 의한 당 운영의 원칙은 과거의 금권, 동원정치와 절연하기 위한 핵심조건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개혁후퇴로 비쳐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열린우리당은 왜 ‘당원요건완화’라는 극약처방을 쓰려고 하는 것일까.

사실 당의 핵심인 기간당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비단 열린우리당만의 고민이 아니라 모든 당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각 정당에 있어서 ‘당원확충’은 최대의 현안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당원확충은 근본적으로 대의(大義)와 반하는 대중화(大衆化)를 추구할 때에나 가능하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유명무실한 200만 당원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대중화 정당이다.

그러나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도 당이 움직일 때 함께 움직이는 당원을 선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의 정당, 즉 진성정당이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어느 정당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이날 한 당원은 이렇게 말했다.

“기간당원제는 열린우리당의 근간이다. 그들이 열린우리당은 원내 1당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당이 우리를 토사구팽하려 하고 있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옳은 것인지의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이런 요구를 외면하기보다는 기간당원 요건완화 문제를 이슈화해서 중앙위원회 결정시 반영될 수 있도록 주의 깊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열린우리당은 참여정치의 깃발 아래 기간당원제를 기치로 내걸었고, 그것에 합의해서 창당된 정당이기에 더욱 그렇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기도 전에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밭을 갈아엎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원요건 완화를 검토하기 이전에 왜 당원이 증가하지 않는지를 먼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라크파병 강행, 아파트분양원가공개방침 철회 등 과연 민중을 위한 정책을 펴고나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도 애정을 가지고 남아있는 당원들을 토사구팽하기 이전에 열린우리당은 먼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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