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불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8-30 18: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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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로맨스와 불륜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나라당은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하면 로맨스요, 청와대가 하면 불륜이다”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다. 하지만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빗대 성적 비하와 욕설을 퍼부은 연극 ‘환생경제’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전영옥 대변인의 입을 통해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임태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풍자극의 내용은 도외시한 채 부분적인 대사 몇 개를 빌미로 연극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른 문화적 자세가 아니다”고 준엄하게(?) 충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정도가 너무 심했다.

“인사를 해도 욕을 하는 뭐 이런 개×놈이 다 있어.”

“이쯤 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값을 해야지. 육××놈. 죽일 놈 같으니라고.”

대사를 줄줄이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알만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관객으로서 연극을 지켜봤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날 박장대소하며 즐겁게 관람했다고 한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박근혜 대표도 ‘노가리’(노 대통령)를 씹는 대목에서는 크게 웃으며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더구나 박 대표는 연극 관람 후에 숙소로 돌아와서는 “(이번 연극은) 프로를 방불케 하는 연기였다”고 호평까지 했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좀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박 대표의 스타일에 비춰볼 때 이는 대단한 칭찬인 셈이다.

박 대표 역시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저 연극은 연극일 뿐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가 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한나라당의 태도는 앞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른 박근혜 대표 ‘패러디’를 대할 때와 너무 다르지 않는가.

당시 영화 ‘해피엔딩’의 다소 선정적인 영화 포스터에 박 대표의 얼굴을 짜깁기한 패러디 사진건과 관련, 박 대표는 “말이 안되는 한심한 일”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끝없는 국론분열과 정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지금 그렇게 할 때냐”고 청와대를 힐난했었다.

심지어 당시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성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파렴치하고 몰지각한 행동을 청와대가 앞장서 자행한 것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격노했었다.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면 왜 “패러디는 패러디일 뿐”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을까.

사실 공당(公黨)인 한나라당의 연극은 한 개인의 패러디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책임이 중하다. 그런데도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며 은근 슬쩍 책임을 회피하려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옳지 못하다. 필자가 예견한 바와 같이 패러디에 대해 지나치게 대응했던 일이 이제 부메랑이 돼 당신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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