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권 어디까지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9-07 18: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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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본보의 지난 5월11일자 “강남구 특혜인사 말썽”이라는 제목아래 “검찰고위직 친형 봐주기 의혹 제기”라는 발문으로 내보낸 기사와 관련, 재판부는 강남구에게 반론의 기회를 부여하라고 판결했다.

즉 시민일보의 보도가 ‘허위보도’가 아니고 ‘사실보도’이지만, 그리고 강남구의 주장이 허위라는 의심이 가더라도 반론권을 폭넓게 부여하고 있는 만큼 강남구의 주장을 들어주라는 것이다.

물론 옳은 말이다. 우리 또한 반론권을 폭넓게 부여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강남구청장은 앞서 밝힌바와 같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부여되는 것과 동일한 반론권을 그에게 부여하라는 판결은 권력기관에 대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기능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구청장의 지위에 있는 자라면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녀야 한다.

이런 자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론권을 강제하는 정도가 약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의 알권리가 중대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특히 반론보도는 정정보도와 달리, 언론중재위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진실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신청인의 주장을 게재하라는 요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당시 언론중재위의 반론보도 결정을 흔쾌히 받아 들였으며, 지면에 중재위 결정문을 그대로 반영한 바 있다. 따라서 대부분이 같은 내용인 반론보도를 다시 게재하라는 재판부의 결정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그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모르되 이미 이행한 것을 두고 다시 이행하라는 판결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재판부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반론보도문 좌측에 “송과장 복귀여부 협의중”이라는 제목 하에 “강남구 특혜인사 관련 잘못된 인사 사실상 인정”이라는 발문을 달고 반론문의 취지와는 반대되는 기사를 반론보도문 보다 훨씬 비중 있게 다룬 사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우리가 반론취지와 반대되는 기사를 허위로 작성했다면, 그것은 반론보도 요청 사항이 아니라 정정보도 요청 사항에 해당한다.

하지만 강남구는 스스로 본보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을 하지 못하고 반론보도 요청을 했다.

이유는 우리의 기사가 허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론보도는 어디까지나 신청인 일방의 주장을 담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신청인 일방의 주장이 모두 게재됐다면, 그것으로 반론에 대한 정당한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 기사 옆에 어떤 기사가 게재됐든 그것을 재판부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것은 아무리 재판부라 할지라도 침해할 수 없는 편집국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 옆에 게재한 기사가 잘못됐다면, 그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을 하거나 반론보도를 요청하는 게 정상 아니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재판부의 반론보도 결정 판결은 참으로 유감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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