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핑계 대지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9-14 20: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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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정치권이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덩달아 시민단체와 보수원로 등도 개정 혹은 폐지 입장에 따라 별도의 집회와 행사를 계획하면서 이제 국보법개폐문제는 `장외전’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 국보법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여·야 모두가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리서치앤리서치(R&R)’의 대국민 여론조사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실제로 R&R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6.0%나 됐다고 한다.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17.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불과 20.3%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 국민의 73.1%가 현행 국보법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작 국보법폐지에 대해서는 이처럼 인색한 까닭이 무엇일까. 좋게 말하자면 ‘안보’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요, 나쁘게 표현하자면 ‘안보공포’에 세뇌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국보법 폐지에 대해 ‘무장해제’라며 펄쩍 뛰는 이들이나 ‘처벌공백’을 막기 위해 대체입법을 만들거나 형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이들은 한결같이 ‘안보’를 외치고 있다.

‘안보’라는 절대절명의 가치 앞에 국보법 전면 폐지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안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권횡포의 합리화’ 아니었던가.

이를테면 민청학련(1974년), 제헌의회(1986년), 민주주의학생연맹(1992년) 관련자들이 모두 국보법에 의해 처벌을 받았으나, 지금은 정부로부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과 같다. 그동안 정권은 안보와는 관계없는 사안에 대해서 이처럼 ‘안보’를 구실로 국민들의 저항을 무마시키고 정권의 횡포를 합리화했다.

지금, 기득권세력은 국민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국보법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정권횡포의 합리화’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국보법이 폐지되면, ‘안보’가 무너진다. 그러니 ‘안보’를 위해서라면 그런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

얼핏 보면 제법 그럴듯한 논리다. 하지만 이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정권이 보기에 ‘삐딱한 자’들, 감히 정부에 대드는 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소위 기득권 세력이 말하는 ‘안보’요, 그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 국보법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득권자들은 이런 달콤한 특권을 놓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안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세뇌시키고 있다.

하지만 국보법 폐지는 국가안보의 무장해제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안보체계를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개선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보법 폐지와 관련, 국민에게 막연한 공포를 주입시키는 식의 ‘안보’를 논하기보다는 실존하는 안보를 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국보법 폐지와 관련, 기득권 세력은 더 이상 안보를 핑계 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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