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9-23 20: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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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잘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면 어떻게 될까?

필요에 따라 날기도 하고 달리기도 할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그 말은 날기는커녕 달리지도 못하는 장애마가 되고 말 것이다. 한나라당의 수도이전 반대 대안이라는 것이 꼭 이런 형국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 반대입장을 밝혔다가 작년 말 다수당 시절 국회에서 `행정수도건설 추진법’을 통과시킨 바 있는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들어 박 대표가 법안 졸속처리를 사과하고 신중한 당론결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수도권 표심과 충청권 표심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아직까지도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충청권을 편들어 수도이전을 찬성하자니 수도권 표심의 이탈이 걱정스럽고, 수도이전을 백지화할 경우 충청권민심과 완전히 등을 지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당 소속 손학규 경기지사는 23일 여의도에 있는 경기도 서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의 수도이전 반대당론의 조속 결정을 요구하면서 당 지도부의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또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본부는 오는 25일 서울역에서 반대서명 등 장외홍보전을 펼치겠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는 마당이다.

반면, 염홍철 대전시장은 “충청권 한나라당세를 과소평가하지 말아달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자민련 연합공천을 넘어 시장에 당선됐고 기초단체장 1명, 지방의원이 대부분인 14명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면서 “수도이전을 반대할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궁여지책으로 묘안을 짜낸 것이 바로 충청권에 `행정특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즉 청와대와 국방·외교·재정부서는 서울에 남기고 충청권으론 과학·교육관련 부서 등을 부분 이전시켜 행정특별시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절충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수도권 표심도 잃지 않고 충청권 표심도 달랠 수 있을 것이란 정치적 계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같은당 소속 원희룡 의원이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양측을 다 충족시키려다보니 어정쩡한 대안이 나온 것”이라고 고백할 만큼, 엉성하기 짝이 없다.

충청권에 행정특별시를 설치하자는 것은 “경제가 어려워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다”는 기존 논리와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 아닌가.

더구나 행정특별시 건설안은 수도이전에 대한 찬성인지 반대인지도 분명치 않다.

따라서 이 같은 어정쩡한 대안은 오히려 수도권과 충청권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수도이전은 과밀화로 인한 교통과 환경 문제를 비롯, 국가 경쟁력, 국민적 합의, 통일문제 등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정치적 계산에 휘말려 좌충우돌하기에 앞서 이런 점들을 고려한 당론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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