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민족주의’라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1-09 19:43:0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어느 유명한 언론인이 최근 황우석 박사의 인간배아줄기 세포연구를 옹호하는 필자의 글을 통박하며, 언론의‘민족주의’를 우려했다.

당시 필자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손혁재 박사가 대표로 있는 ‘NEWS포럼’에 참석했다가 사람 난자를 이용,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길을 연 황우석 서울대 교수를 만난 일을 잠시 이야기 했을 뿐이다.

당시 그는 인간배아줄기 세포연구를 둘러싼 윤리논쟁을 비판하며 이런 말을 했다.

“척수신경이 마비된 8살짜리 친구에게 지금 우리가 연구 중인 인간배아줄기 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약속이 과연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가요?”

그래서 필자는 그의 약속이 비도덕적이라거나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 같다는 소견을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국 언론에 생명윤리는 보이지 않는다’거나 ‘한국 언론의 민족주의가 우려된다’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는 생각이다.

필자는 지금도 황 박사가 우리나라의 보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은 그와의 친소관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배아복제는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특히 언론의 민족주의가 극우적인 파시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황 박사의 인간배아줄기 세포연구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황 박사의 말처럼 배아복제에 대한 연구성과는 그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실상 대한민국의 기술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인 셈이다.

정부도 이미 2005년 황 박사에게 26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누가 뭐래도 그는 명실상부한 ‘국민과학자’임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국민과학자’인 그를 옹호하고, 그의 연구를 독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과학기술 분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국 등 경쟁국들이 맹렬히 따라붙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가 황 박사를 지지하지 못할 까닭이 무엇인가.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생명윤리와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술만능주의나 경제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특히 일부 족벌언론처럼 그의 기술을 극우세력 부활의 기회나 도구로 활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척수신경이 마비된 채 구석진 곳에서 숨죽여 황 박사의 성공을 손꼽아 기다리는 장애인들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황 박사가 유일한 희망이다. 그 희망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의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황 박사에 대한 지지를 언론의 ‘민족주의’라고 우려하는 것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