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고발 再考해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1-16 19: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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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정부가 전국공무원노조의 총파업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일선 기초자치단체장들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는 걱정스런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어제 전공노 파업 가담자 처리와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파업에 동조한 듯한 행위가 있었다”면서 “법률검토를 끝내고 조만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전공노의 파업은 공무원법에 규정된 불법집단행동으로 이를 적극 막지 않거나 방조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불법집단행동에 대한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전적으로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파업 찬반투표 행위를 현행범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초법적인 탄압조치이고, 공무원 조직사회에 심각한 분열과 갈등요인이 될 것이라는 일부 자치단체장들의 주장 또한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지역민에 의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을 단지 정부방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발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난 95년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도입된 이후 중앙정부에 의한 지자체장 형사고발의 첫 사례가 하필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이 얼마나 어이없는 역사의 오점(汚點)으로 남겠는가.

무차별한 소송비용으로 주민혈세를 낭비한 자치단체장이나, 부인을 데리고 외유를 하면서 그 비용을 세금으로 탕진한 자치단체장, 혹은 규정에도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인사전횡을 일삼는 자치단체장들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했던 정부가 전공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는 여기에 모종의 정치적인 음모가 숨겨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특정 정당의 자치단체장들을 길들이려는 의도나, 그들을 아예 현직에서 추방하려는 저의가 숨겨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공직선거법에는 민선 자치단체장이 구속 기소되면 직무정지가 돼 부단체장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확정 판결을 받으면 퇴직하도록 규정돼 있다.

만에 하나 이를 악용해 그들을 현직에서 몰아낼 생각이라면 이쯤에서 접어두는 것이 좋다.

법원이 단지 전공노 파업에 동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민선구청장을 법정 구속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정부가 자치단체장을 고발하려면, 최소한 주민혈세를 함부로 낭비하거나, 독재자처럼 인사전횡을 일삼는 경우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라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처럼 정부방침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자치단체장을 고발하게 된다면, 그것은 모처럼 정착되어 가고 있는 지방자치를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의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초단체장 고발방침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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