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은 再現되지 않는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2-09 18: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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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민의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을 간첩으로 몰고 백주에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이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인 동시에 민의의 심판을 거친 현역의원을 간첩으로 몰아세운 국회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만일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이철우 의원이 노동당 가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가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검찰이나 그의 노동당 가입사실이나 간첩 혐의 등을 밝혀내지 못했을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끝내 검찰은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미 사법부도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판결한 마당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시대착오적 매카시즘의 광풍을 재현하려는 수구집단의 ‘색깔론’ 공세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더 이상 매카시즘의 재현은 없다.

사실 국보법이 군사독재정권의 부족한 정통성 확보 수단으로 악용돼 왔음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바다. 특히 전두환 정권은 당시 간첩의혹과 북한 남침설 등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매카시즘을 동원해 부족한 정통성을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지 않았던가.

이 의원은 그 희생양일 뿐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아직까지 그 시대착오적 매카시즘에 매달리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단언컨대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의 폐해와 이를 폐지해야 할 당위성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시키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제2의 이철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보법 연내유보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악법폐지에 당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개혁세력들도 구태의연한 당지도부의 ‘색깔론’을 비난하고, 당이 ‘매카시즘의 향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당당하게 지적해 주기 바란다.

만일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매카시즘의 광풍을 재현하려든다면, 시대와 국민들로부터 고립당하고, 결국 집권마저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되고 말 것이다.

성공할 것 같았던 매카시즘은 실패했다.

1950년 2월 매카시 의원이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탄적인 연설을 했고, 이후 매카시의 주장은 미국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과 트루먼 대통령의 `페어딜’ 등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진보주의 정책까지 공산주의와 연계시켜 심판대에 올졌는가 하면, 할리우드 영화계와 방송계의 작가·감독·연예인 가운데 수십명이 공산주의자라는 멍에를 쓰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그러나 매카시는 끝내 그가 말한 공산주의자가 누구인지 단 한사람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었다는 말이다.

물론 매카시 의원의 몰락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한나라당은 이 교훈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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