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酉年을 맞이하면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2-30 19: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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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2004년은 참으로 기대가 큰 한해였으며, 그만큼 실망도 큰 한해였다.

4.15 총선을 통해 구태에 찌든 16대 국회의원들을 ‘물갈이’할 때만 해도 우리는 얼마나 가슴 부풀었는지 모른다.
이제 정치권에 뭔가 새롭고 획기적인 변화가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실제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필자가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 한다”며 그렇게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고 애원했건만, 정치권은 이를 귀담아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또 “당신도 고문에 죽을 수 있다”며 국가보안법을 폐지시켜 달라고 읍소했으나, 여야합의를 운운하면서 흐지부지 시켜버리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여야합의하에 ‘불법 정치자금 소급금지 조항’을 부활시킴으로서 국회의원들 스스로 ‘도둑놈’임을 자인하는 파렴치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주민자치제를 무력화시키려는 국회 행자위 소속의원들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이 다루는 주민소송 법안이 분권자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시민참여 수단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이 행동하고 말았다.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를 수용, 주민감사청구를 할 수 있는 시한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 것마저 다시 후퇴시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회의원들만 한심한 것이 아니었다.
업무추진비는 기관운영과 행정활동에 필요한 공적인 용도로만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를 소위 ‘눈먼 돈’으로 알고 자기들 마음대로 ‘쓰고 보자는 식’으로 지출해 빈축을 사고 있다.
또 행자부는 지방재정특별교부금을 지방자치단체장 길들이기 목적으로 사용하려다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정치권과 행정기관의 행태가 이러다보니 본란은 ‘아침햇살’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에도 불구하고 항상 욕설과 저주에 가까운 비난의 글로 채워져야만 했다.

하지만 을유년 새해에는 정말 색다른 글을 쓰고 싶다.
아름다운 이야기, 즉 누군가에게 들려주고픈 사랑의 이야기도 좋고, 눈물겨운 감동의 스토리라도 좋다.
정치권이나 각 행정기관의 변화된 모습이라면 더더욱 좋다.
우리 옛 선조들은 닭을 매우 귀중히 여겼다고 한다.

닭이 울면 동이 트고 동이 트면 광명을 두려워하는 잡귀가 도망친다는 뜻에서 닭 그림을 집안에 붙여놓고 새해를 축원하며 한해의 행운을 기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을유년을 맞이하여 마음속에 커다란 닭을 그려 넣는다.
그리고 수많은 그림을 복사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를 울렸던 정치인들과 지방자치단체장, 기관장 등 고위직에 앉아 있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그 그림을 전하고 싶다.

그리하여 이 사회가 광명으로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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