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의 得失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1-04 2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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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지금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가 ‘낙하산 인사설’로 시끄럽다.

SH공사 시설이사 임기가 지난 2일 임기종료로 인해 공석중인데, 서울시는 그 자리에 백모씨를 임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그 누구도 내정된 바 없다”고 주장하지만, 시의회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따라서 최소한 서울시가 그를 ‘낙하산’식으로 시설이사에 임명하려 했던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물론 SH공사에 대한 인사는 어디까지나 인사권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잘못된 인사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임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SH공사노조는 공기업 임원자리를 퇴출고위관료의 자리보존이나 잔여 정년을 보장하는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서울시는 그동안 시 고위관료에 대해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면서 입버릇처럼 공사직원의 자질과 능력을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즉 공사직원들의 자질부족으로 인해 낙하산 인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주장은 옳지 않다.

우선 SH공사는 행정자치부의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의 2004년도 평가에서는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당당히 선발된 바 있다.

만일 공사직원들의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했다면 이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공사임직원들간에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화합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말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이것은 대단한 자질이요, 능력이다.

더구나 공사업무는 시의 업무보다도 훨씬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이미 공사는 지난 16년간 주택건설, 택지개발 등 수많은 사업을 시행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마당이다. 이 시장이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임대주택 10만호 건설과 뉴타운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이 같은 전문성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낙하산 인사 방침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만일 이 시장이 낙하산 인사를 단행할 경우, 얻는 이득이라면 겨우 ‘측근에게 자리 하나 만들어 주었다’는 감사인사를 받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보는 이 시장이 보는 손실은 실로 엄청나다.

지금 SH공사는 시의 역점사업인 DMC사업, 뉴타운 사업, 장지물류센타 건설 등을 위해 전 임직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낙하산 인사는 이들의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시의 역점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낙하산 인사는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이 시장은 시설관리공단이 내부직원을 기술본부장으로 발탁해 전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준 것처럼, SH공사도 내부직원을 시설이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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