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의 해결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2-13 20: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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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ILINK:1} 북한 김정일 정권의 핵 보유선언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진실이든 아니든 도대체 북측은 이라크 총선이 끝난 이 시점에서 무엇을 노리고 그 같이 무모한 선언을 한 것일까. 이것은 한마디로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북한으로 하여금 이 같은 선언을 사실상 강요한 것은 미 부시 대통령이다.

부시 대통령은 한 때 북한을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분류했었다. 더구나 이라크전의 후유증으로 북한은 지금 지독한 편집증을 앓고 있는 마당이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성 발언 등으로 북한은 정말 미국의 침공을 겁내게 되고 편집증이 커졌다는 말이다. 실제로 후세인을 타깃으로 삼은 이라크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무려 47일간을 터널 등으로 숨어 다녔다는 외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한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미국간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6자회담 등에서 북한의 모든 행동을 해명하고 변호해 주는 변호인 역할을 하게 만들었겠는가.

사실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한 것은 옛날과 달리 미국과 동맹이기 때문에 보낸 게 아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을 좀 더 너그럽게 대해 달라는 뜻에서 보낸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파병과 대북 문제는 주고받을 사안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란을 `주요 테러 후원국’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란인들이 자유를 추구한다면 미국이 “함께 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한마디로 이라크처럼 이란도 ‘자유추구’라는 명분아래 침공할 수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사실 미국으로서는 이란 공격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라크 총선 결과 이란 시아파 이슬람근본주의 정권과 맥을 같이 하는 이라크 시아파들의 압승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예전에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지원한 것은 사실상 이란의 시아파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후세인 이후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이 들었으니 그들이 이란과 힘을 합할 경우, 막강한 이슬람근본주의가 탄생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니겠는가. 따라서 미국은 이라크 내 시아파세력을 이란과 분리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란의 핵시설을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편집증이 강화되는 것도 어찌 보면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마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실제로 정부는 물론 여당마저도 이 문제에 대해 그 누구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야당에서 한나라당의 박 진 의원과 민주당의 장성민 전 의원 등이 북핵문제에 있어서 전문가로 조언을 하고 있는 게 고작이다.

이대로 가다가 북미 양측의 ‘제로섬 게임’에 우리가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정말 두렵다. 북핵 보유선언이라는 ‘제로섬 게임’의 해결사는 정녕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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