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경영은 분리돼야 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2-17 20:28:4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이정일 의원 ‘불법도청’ 사건에 전남일보 임원식 사장이 관련됐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할 신문사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도청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같은 언론인으로서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전남일보는 이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번 도청사건에 대해 계속해서 이 의원 ‘엄호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실제로 ‘불법도청’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난 2월7일 광주전남지역의 다른 신문들은 대부분 이 사건을 1면 상단에 싣는 등 크게 보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전남일보만 사회면에 1단 기사로 처리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전남일보의 이 같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에 앞서 전남일보는 지난 16대 총선에서도 이 의원을 지원하는 불공정 편파보도로 인해 숱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남일보는 왜 이 같은 비윤리적인 보도행태를 보여 온 것일까.

그것은 소유와 편집이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일보는 불법도청사건에 연루된 이 의원의 부친이 무려 지분의 45%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나머지 55%도 모두 그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은 임 사장도 이 의원과는 친인척 관계라는 사실이다.

무슨 조그마한 동네 주간신문사도 아니고, 그래도 소위 지역일간지라는 중급 언론사의 주식보유현황이 이렇다고 하니 얼마나 웃기는 얘기인가.

이런 상황에서 전남일보는 과연 편집권의 독립을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었겠는가. 한마디로 꿈 같은 얘기였을 것이다.

어쩌면 임 사장은 불법도청으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선거과정에서 관련 보도를 할 때 이 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써먹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너무 추악한 모습 아닌가.

정말 다시는 언론계에서 이 같은 모습이 재연되지 않기를 필자는 빌고 또 빈다.

하지만 현실은 지극히 비관적이다. 언론사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편집권을 침해하는 이 같은 모습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문법개정 과정에서 거대 족벌신문사들은 소유분산, 편집위원회 설치 등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들을 모조리 거부하고 말았다. 소유와 편집의 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도둑놈 심보인 셈이다. 그로 인해 거대족벌 언론사들은 어쩔 수 없이 소유자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편파보도를 일삼게 되는 것이다. 재벌을 옹호하고 반노동자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만일 소유와 편집의 분리가 제도적으로 이뤄진다면,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편파보도는 사라질 것 아니겠는가. 모쪼록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언론사의 소유분산 및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바다.

물론 우리 시민일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말할 것도 없고, 편집권의 독립이 철저하게 보장돼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