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두 집 살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3-03 20: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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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은 이제 ‘두나라당’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게 생겼다.

여야가 지난달 23일 신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으로 12부4처2청을 이전키로 합의한 행정도시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박근혜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당 지도부와 이명박 서울시장을 축으로 하는 반대파가 한 지붕 아래서 극렬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붕은 ‘한나라당’ 하나인데 식솔은 각각 박 대표와 이 시장 둘로 나뉘어 두집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두나라당’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자중지란으로 표결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안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당론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권고당론’이라는 어정쩡한 상태로 대응했으니,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수도권지역 구 의원들 및 ‘국가발전연구회’ 소속 의원들간의 대립과 불신이 극에 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지도부는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상황에 끌려 다니고 있는가 하면, 일부 반대파 의원들은 의총에서 추인된 `여야 합의처리’에 반발해 재의결을 요구하는 등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마저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이재오 의원 등 반대파 의원 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수도이전반대투쟁위원회’를 만들어 헌법소원과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한 상태다.

특히 수도권 지역구 출신 의원들 가운데는 단식 투쟁을 선언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이도 있다. 물론 당직응 사퇴한 의원들도 상당수다. 심지어 의원직 사퇴를 운운하는 의원들마저 속출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3일 오전 곧바로 국회 대표실에서 박 대표, 김 원내대표, 김무성 사무총장과 박희태 국회부의장, 강재섭 의원, 원내대표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이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분명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충청권 여론에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오늘의 불행을 자초했다는 말이다.

정당이라면 최소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그렇지 못했다. 그로인해 수도를 둘로 쪼개는 최악의 상항을 여야 합의하에 연출하고 만 것이다. 그 책임을 과연 누가 져야 하는가.

아버지인가, 아니면 어머니인가.

부모의 별거가 이혼으로 귀착될지는 아직 더 두고 볼 일이나, 어째든 자식들만 불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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