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신이 직접 나서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3-13 20: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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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이명박 서울시장의 행보가 모호하다.

이 시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행정중심도시특별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와 관련한 어떤 움직임도 구체적으로 보인 바 없다.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에도 그는 즉각 법안 처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환영의사를 밝힌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달리, 줄곧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론 뒤늦게 “군대를 동원해야 하느냐”는 등의 간접적인 화법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니 어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는 전혀 없다.

그러면서도 ‘수도분할 반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김종문 서울시의원을 찾아가 “현 시대에 가장 중요한 애국과제는 통일 다음으로 수도이전 문제”라며 그를 부추기거나 “행정도시법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인 만큼 서울시의회가 중심에 서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시의회를 배후에서 조종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의원 등 이명박 시장과 가까운 의원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수투위)’가 특별법과 관련, 당내에서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도 어쩌면 이 시장이 배후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투위는 “전국순회 토론회 등을 통해 수도분할의 부당성에 대한 범국민적 여론을 형성한 뒤, 당론으로 행정도시특별법 폐지안과 `과학·교육 특별도시 건설’을 골자로 한 대체입법안 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수투위와 이 시장 간에 어떤 합의나 결탁이 이뤄진 바는 없다.

이에 대해 수투위의 이재오 상임대표는 최근 “수도이전 반대 의원을 특정계파나 대권 후보와 연관시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보도를 할 경우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며 이 시장과의 역계를 극구 부인하면서 언론을 겨냥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서울시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투위는 서울시의회와 함께 ‘수도분할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칭)’를 만들기 위해 서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투위는 최근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분할저지를 위한 긴급 대토론회’를 열어 행정도시특별법의 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장황으로 미루어볼 때 수투위나 시의회의 배후에 이 시장이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시장은 무엇이 두려워 수투위나 시의회 뒤에 숨는다는 말인가.

행여 이들의 행보가 잘못된 일로 판명 날 경우, “나는 관계없다”며 손을 털기 위한 술책이라면, 이 시장은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정녕 수도분할을 반대한다면, 이 시장은 소신을 가지고 직접 전면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마땅히 이 시장, 당신이 져야하는 것이다. 열매를 가지려 하면서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당신의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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