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싸움을 하자는 것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4-05 21: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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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야당을 향해 5가지 제안을 했다.
바로 민생경제 올인을 위한 무정쟁선언,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4월처리, 개헌논의 중단 내년하반기 논의,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 외교안보문제와 남북문제에 대한 여야 공동 대응 등이다.
물론 필자는 문 의장의 이런 제안을 환영하는 바다.

특히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이 있다.

문 의장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이라며 내놓은 방안이 영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대선거구개편논의와 석패율제 도입을 시사한 점이 그렇다.

지금껏 섣부른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양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쟁만 낳고 양당중심으로 고무줄 기능만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정녕 모르고 하는 말인가.

문 의장이 지역구도 해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중대선거구제는 야당 모두가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데다, 시민사회 역시 논의나 합의가 안 된 사안으로, 정쟁만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최근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보는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구제 변경 논의 자체에 임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지역주의 극복을 명분으로 중대선거제를 도입하면 영남에서 의석을 얻을 수 있는 여당에게는 유리하지만 호남지역에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나라당은 극력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건 상식이기 때문이다.
비록 문 의장이 한나라당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석패율제 도입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으나, 그것이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한나라당이 모를 리 없다. 한나라당이 그 사탕을 받아먹고 여당의 중대선거구제 도입방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큰 오산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민주노동당도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에서도 아직까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나 합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제 개편논의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이 취약한 것은 당연지사다.
따라서 선거구제 개편논의는 비례대표 확대쪽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비례대표 확대는 이미 지난 17대 총선에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과 각계각층의 대표성 확대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표 심리로 민의가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되지 못한 현실에서 그나마 비례대표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만한 일 아니겠는가. 물론 비례대표제가 지역주의 극복에도 상당한 역할을 했음은 두말 할 나위조차 없다.

따라서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 뜻이 아니라면, 정녕 개혁을 추진코자 한다면, 문 의장은 중대선거구제 개편논의의 뜻을 접고, 비례대표 확대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필자는 문 의장의 선택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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