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과 기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4-07 2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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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4월7일은 신문의 날이다.
예전 같으면 기자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1면에 ‘생일을 맞아 하루 쉰다’는 사고가 나가고 기자들은 그날만큼은 지긋지긋한 기사압력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날을 ‘생일’이라며 쉬는 신문은 거의 없다. 주5일제근무로 인해 주5일만 발행하는 일간신문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또 이런 저런 연유로 신문발행을 빼먹는다는 게 어디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겠는가.
그래서 기자들은 기사스트레스로 인해 하루하루 늙어간다.
그렇다면 기사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중앙일보가 이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실제로 중앙일보 사보편집실이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사원 109명을 대상으로 ‘기사마감 때 나타나는 이상 증세나 징크스가 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전체의 23.9%가 ‘소화불량 등의 신체적 통증이 생긴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거나, 다리를 떠는 등 초조해진다’는 응답도 12.8%나 됐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배고픔, 갈증, 식은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와 ‘흡연량이 급증한다’는 답변도 각각 5.6%와 3.7%를 차지했다니, 이제 기자라는 직업은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닌 듯 싶다.

필자는 우리 시민일보 편집국에 이 같은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데드라인’을 설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감시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으로 정해진 시간은 존재하며, 이에 맞춰 판을 끝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여전하다는 말이다.

정말 기자들에게 기사마감은 ‘천형’과도 같다.
그래서 어느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수습 시절, 밤새도록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가위에 눌려보지 않은 기자들이 있겠는가. 마감 후에는, 오탈자가 벌레 마냥 머리 속을 꾸물거리며 돌아다니는 환영에 시달린 경험이 없는 기자가 있을까.”

만일 있다면 그는 진짜 기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지 못한 채, 여전히 꾸역꾸역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성취감 때문이다.
중앙일보 기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마감시간이 지나면 성취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물론 다른 신문사의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성취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일일이 나열하는 데서 오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하급기자의 역할이고, 상급기자라면 사건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찾아 국민에게 알렸다는 뿌듯함에서 기인하는 것일 게다.

신문의 날을 맞아 우리 기자들 모두가 그런 성취감을 맛보기를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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