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과 ‘5.16쿠데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4-19 2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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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5.16쿠데타 주역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4.19혁명 45주년을 맞아 서울 수유리 묘지에 추모화환을 헌화했으나, 4.19합동참배 관계자에 의해 박살이 나고 말았다.

민중연대와 통일연대 주최로 ‘4.19혁명 민중통일단체 합동 참배’가 열린 이날 정오 곽태영 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식이 진행되는 도중 “건방진 것, 지가 뭔데 여기가 어디라고 화환을 갖다 두냐”며 “박정희 딸 박근혜의 화환을 없애버리자”고 말하고는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갑자기 달려 나가 박 대표의 추모화환을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곽 대표도 처음엔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라고 적힌 리본이 보이지 않도록 화환을 뒤로 배치해 뒀으나,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끝내 화환을 쓰러뜨리고 화환을 발로 밟았다고 한다.

곽 대표는 이날 4.19혁명 45주년을 기념하면서 친일독재 청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의 의지가 담긴 선언문을 낭독한 사람이다.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당당한 행사의 주역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합동 참배식이 끝난 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와 통일연대 대표인 한상렬 목사, 불교인권연대 대표 진관 스님 등이 곽 대표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했네, 곽 대표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곽 대표의 이 같은 행동이 단순히 우발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비록 돌발적이긴 하지만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한 행동이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설령 말릴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을지라도 누구하나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어쩌면 심정적으로는 모두가 달려 나가서 그 화환을 곽 대표와 함께 짓밟고 싶었을 것이다.

박 대표의 화환을 묘지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이 다시 끌어 세웠지만, 곽 대표와 재야인사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박 대표의 화환은 어느 사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고 하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물론 누가, 어느새 그 같은 일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4.19혁명과 5.16쿠데타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다.

4.19혁명은 부마항쟁과 5.18민중항쟁 및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뿌리다. 4.19정신은 독재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권력에 비굴하지도 않았다. 불의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다. 그런데 이 정신을 총칼로 억압한 것이 누구인가.

바로 5.16쿠데타 세력이다.
따라서 5.16쿠데타 세력의 겸허한 자기반성과 사과가 따라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4.19혁명과 5.16쿠데타 간극은 결코 좁혀질 수 없다. 양측의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질 뿐이라는 말이다.
한나라당 박 대표에게 묻겠다.

진정으로 4.19혁명의 미완의 과제인 국민통합, 지역통합, 남북통합을 완성시키고자 한다면, 5.16쿠데타의 딸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신해 민중 앞에 무릎 꿇고 충심으로 사과할 의향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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