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相生정치’ 장사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4-28 18:36:0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입법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제정안’이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의 반발 때문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28일 잠정합의한 내용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우선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과거사법 조사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하거나 또는 동조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와 폭력, 인권유린’ 등의 문구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이라고 완화시켰으나, 여전히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결국 과거사법이 피해자를 두 번 조사하는 꼴이 된다는 말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조사위원의 자격으로 한나라당이 배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를 제외시키기로 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의 범위가 명확치 않고, 한나라당에서 민감하게 문제제기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게 열린우리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이날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당의 공식입장”이라면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되 반드시 지켜야할 것을 지키는 방향으로 5월4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이 과거사법과 관련, 한나라당과의 협상에서 무엇을 지켰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직 ‘5월4일 본회의 처리’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지켜야 할 것마저 모두 양보해 버린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상생정치’를 강조한 나머지 열린우리당이 지향해야 할 ‘개혁의지’마저 실종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상생정치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만일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안을 만드는 것이 ‘상생정치’고, 그것이 정치의 ‘최고 선(善)’이라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민주화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발전은 끊임없이 투쟁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렇게 싸우는 과정에서 좋은 안이 나온다면 그것이 바로 ‘상생정치’요, 그 과정에서 나쁜 안이 도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공멸정치’인 것이다.
지금 과거사법처럼 여야가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심정으로 나쁜 안에 합의한다면, 그것을 어찌 ‘상생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의 선심이나 쓰듯이 선뜻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그야말로 장사꾼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 싸울 일이 있으면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발전이 있고, 그것이 곧 상생정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의 합의에 연연하기보다 시민사회와 과거청산국민위의 요구대로 올바른 과거사법을 제정하는 일에 전력투구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