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이냐 조경이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6-02 21: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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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지난 1일 청계천에 실제로 물을 흘려보내는 이른바 ‘유지용수 통수(通水)시험’을 한 이후 청계천복원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논란의 핵심은 ‘그것이 복원이냐, 아니면 조경이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실 논란거리도 못 된다. 복원과 조경을 구별하는 일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복원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이전에 청계천이라고 부르던 자연하천을 되살리는 것이다. 반면 조경이라면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와 거대한 인공하천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청계천은 어떠한가.
청계천 상류의 지천으로부터 물이 흘러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강 하류에 있는 물과 지하철 역사에 나오는 지하수를 전기로 끌어다 청계천에 물을 대는 인공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공사가 완공되면 청계천에는 하루 평균 12만톤의 물이 흐르게 되는데, 이 중 9만8000톤은 한강변 자양 취수장에서 취수한 물로 뚝도 청정지에서 여과하여 청계천을 따라 매설된 관로를 통해 올라온다고 한다. 또 나머지 2만 2000톤은 5호선 광화문, 3호선 경복궁, 5호선 을지로 4가역 등 12개 지하철 역사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를 끌어온다고 한다.

따라서 전기가 끊어지면 물도 흐르지 않는다. 즉 전기펌프로 물을 끌어와 주변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도심 하천생태계로서의 역할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명백하다. 이것은 복원이 아니라 조경일 뿐이다.

만일 진정으로 청계천을 복원하고자 한다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인왕산 백운동천과 북악산 중학천 같은 상류의 지천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북악산과 인왕산 자락에 있는 4~6개 하천에는 1~2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종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고 하니, 이들 지천까지 모두 청계천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우선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간 8억7000만원 가량의 순수 전기료가 든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있는데, 굳이 그렇게 값비싼 에너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만일 상류 지천의 수량이 모자랄 경우에는 빗물 등을 이용해 유지용수를 확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상류 지천의 다양한 어종이 청계천까지 확산되면서 그야말로 생태계까지 복원되는 것 아니겠는가.

전기가 하루만 끊겨도 썩은 도랑이 되고 마는 청계천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말 이대로 공사가 마무리 된다면, 청계천은 이 시장의 전시행정과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런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이 시장의 신중한 행보를 기대한다. 청계천 완공 예정일인 10월1일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대권까지는 아직도 여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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