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청장의 북한 노랫가락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6-16 20: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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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남모르는 들가에/ 남모르게 피는 꽃/ 그대는 아시는 가/ 이름 없는 꽃”
남북당국 대표단간 만찬이 벌어지는 14일 저녁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 연회장에서 남측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구성진 노랫가락이 울려 퍼졌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북한 체류 1개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인기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제곡인 `기쁨의 노래안고 함께 가리라’를 불렀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경직됐던 분위기가 일시에 풀어지면서, 남북당국자간에는 급속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특히 유 청장이 기억을 더듬어 1절을 부른 뒤 2절 도입부에서 노랫말을 기억해내지 못하자 북측 대표단 가운데 한 명이 일어나 “거치른 들판 우에/ 아련히 피어나는/ 그대는 아시는가/ 이름없는 꽃”이라는 2절을 불러 화답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그의 노래는 가히 ‘성공적’이라고 평가 할만 하다.
노랫가락 한마디에 이처럼 남북 당국자가 서로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 역할은 대단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뚱딴지같은 논란을 벌이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유 청장이 차관급 고위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며 파면요구를 하는 등 비난공세에 나섰다.

심지어 이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세금으로 북한 땅에 가서 북한 당국자의 요청에 의해 북한 전쟁영웅 찬양가나 불러대는 이런 기막힌 공직자의 월급까지 대줘야 하는지 탄식과 절망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퍼부어 댔다.

민주당도 정부 고위관료가 북쪽의 노래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본인의 직접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한나라당 측에 가세했다.

물론 ‘이름 없는 영웅들’이라는 노래가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때 북측의 영웅을 찬양하는 노래라는 점에서 가급적 이를 피하고, 남한에서도 잘 알려진 ‘꽃 파는 처녀’나 ‘휘파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파면’을 운운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남과 북의 동포가 서로의 노래를 불러준다면 친근한 동포애가 저절로 솟아날 것 아니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이해한다면 사실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더구나 6. 15공동선언 5주년을 맞이하여 남북이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한 마당이다.
그렇다면 북한 노래 한곡 쯤 구성지게 불러댄다고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

우리국민은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를 이해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레드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아기적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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