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께 재차 告함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6-22 19: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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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1년 전 살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던 가족의 품, 고국의 땅으로 그가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것은 싸늘한 주검이었습니다.

고(故) 김선일씨는 이라크에서 무장저항단체에 피랍돼 살해되기 전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발 이라크에 한국 군인들을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제발! 이건 당신의 실수입니다. 모든 한국 군인들은 이라크에서 나가야 합니다. 왜 당신은 한국군을 이라크에 보냈나요?”

그러나 당신께서는 이 같은 절규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날 “파병은 변함없다”는 말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당시 필자는 노 대통령께 “곧 죽어가는 우리 조국 아들의 목숨 앞에서 파병은 변함없다는 말을 꼭 해야만 했습니까?”하고 질문한 바 있습니다.
물론 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입이 열개라도 하실 말씀이 없었겠지요.
그러나 필자는 고 김선일씨 1주기를 맞아 재차 고(告)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는 허구였음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라크 그 어디에서도 대량살상무기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후세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보니 미국의 중동 및 석유 지배전략의 하나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침략전쟁에 무리하게 동참함으로써 결국 무고한 젊은이의 목숨을 잃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최근 자이툰 부대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ㆍ사고를 볼 때 제2, 제3의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이라크 북부 에르빌에 위치한 자이툰부대 주둔지 외곽에 포탄 4발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라크 내 저항세력이 자이툰 부대를 상대로 공격을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아주 위험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라크 과도정부 출범으로 ‘평화재건’이라는 자이툰 부대의 임무가 완수된 마당입니다.

따라서 자이툰 부대는 더 이상 그곳에 주둔할 이유가 없습니다. 철군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그런데도 윤광웅 국방장관은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페인,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를 포함해 9개국이 자국의 안전과 임무완료 등을 이유로 이미 작년에 철군을 완료했고, 포르투갈도 올해 4월에 철군을 끝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나라만 파병기간을 연장하고, 파병임무를 확대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심지어 영국과 미국도 자국군의 안전을 위해 병력을 축소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의 대체 병력이라는 것입니까?
안 됩니다. 영국군과 미국군의 안전을 위해 우리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희생은 고 김선일씨 한 사람으로도 너무나 벅찬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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