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보다 무서운 금력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6-28 20: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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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INK:1} ‘월간중앙’ 사태를 바라보면서 권력보다 금력이 무섭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청와대의 기사삭제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던 ‘중앙’이 삼성의 요구에 대해서는 그토록 순순히 무릎을 꿇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금력이 권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재벌들에게 말 한마디로 수천억원대(드러난 것만)의 비자금을 강탈할 수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비하면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언론은 자본의 영향력에 극도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제 더 이상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론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광고주’인 거대자본뿐이다. 특히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영향력은 언론에 있어서 거의 절대적이다.

실제로 청와대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중앙’이 삼성 앞에서는 그토록 순한 양처럼 굴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중앙’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아’도 ‘돈’ 앞에서는 나약하기 이를 데 없다.
동아는 중앙사태와 관련, 사설을 통해 기사삭제 요청을 거절당한 청와대를 겨냥 쓴소리를 내뱉으면서도 정작 이를 성사시킨 삼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우습지만 삼성은 무섭다는 뜻일 게다.
사실 삼성은 한국사회에서 ‘절대권력화’의 상징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삼성의 영향력은 정권 핵심에도 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참여정부의 핵심정책 중 ‘2만달러 시대’와 ‘동북아 허브’ 라는 아이디어가 삼성에서 제공됐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오죽하면 “노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제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말했지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는 것이 옳다”는 소리까지 나오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과연 누구를 상대로 언론자유 신장을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가.
그 대상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바로 자본권력이요, 자본권력의 핵심인 삼성이라고 할 것이다.
언론자유는 저널리즘의 자주권(독립)이나 자주권을 보장해주는 보루다. 동시에 진실을 알아내 이를 완전한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는 직업윤리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론인의 취재보도 행동이나 행위의 폭을 제한하게 돼 결과적으로 모두가 바라는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걱정이다. 언론이 정치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이제는 자본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간단한 싸움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군부의 총칼 위협에 굴복해 제대로 사실보도를 하지 못한 뼈아픈 과거를 기억한다면, ‘광고 게재거절’이라는 자본 권력의 위협에 굴복해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 재연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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