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찍고 한국 떠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6-30 20: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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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엊그제 모 신문사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의 한 후배와 저녁을 함께했다.
그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선배, 지금 강남에서 어떤 말이 나도는지 아십니까?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너무나 고맙다는 것입니다. 강남사람들을 미워하면서도 부동산값을 이렇게까지 올려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선거에 나온다면 꼭 그를 찍겠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영원히 한국을 떠나버리겠다고 하네요.”
정말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저 한번 웃자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선 참여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강남사람들을 부동산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
그리고 강남 사람들을 증오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다음에 또 노 대통령을 대통령에 당선시켜 한국을 아예 망쳐놓고, 자신들은 한국 땅을 떠나겠다는 것.
그냥 우스개 소리로 듣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섬뜩한 소리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토록 형편없는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렇다. KSOI가 30일 발표한 정기여론조사 결과, ‘부동산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부동산 가격불패론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64.4%나 됐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수차례 판교발 집값 폭등 사태를 경고했음에도 정부 관리들은 “판교가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다”, “판교 개발이익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참여정부 이후 부동산 가격은 2% 정도만 상승했다”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만 계속하다가 어찌 됐는지를 살펴보라.
판교가 높은 분양가를 기록하고 막대한 시세차익이 기대되니까 주변 지역도 덩달아 뛰고 말았다.
판교 분양가가 이정도인데 분당이 뒤질 수 있느냐, 강남이 뒤질 수 있느냐 하면서 서로 호가만 높여놓았다는 말이다. 분당과 강남이 오르니 용인이 오르고 평촌도 과천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한마디로 판교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는 말이다.
얼마나 한심한 부동산 정책이었는가.
이대로 가다가는 강남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이 현실로 나타날까 두렵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주택을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닌 주거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평형의 공공보유주택 확충 등의 방안이 도입돼야만 한다.
무엇보다 더이상 부동산 정책을 경기부양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주거안정을 위한 일관된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정부를 믿고 열심히 살았더니 이렇게 좋은 집에 살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누구라도 감히 한국을 떠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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