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만 무섭고 국민은 나몰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8-10 19: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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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편집국장 {ILINK:1} 김대중 정부 때 도청이 있었다는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DJ가 노여움을 표출했다고 한다.
최경환 공보비서관을 통해 전달된 DJ의 심경은 “평생을 고문, 정치사찰 등 반인권적 행위에 맞서 온 나를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느냐”며, 한마디로 “참담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놀란 노무현 대통령은 “이 사실이 노출된 것은 내가 파헤친 것이 아니고, 그냥 터져 나온 것”이라며, 희한한 논리로 자신과 무관함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DJ의 불편한 심기를 가라 앉히기 위해 아예 ‘DJ대변자’로 나섰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그래서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김 전 대통령으로선 지금 기가 막힐 것”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를 만든 이래 지속된 악습을 없앤 것이 DJ라고 생각해야지 그 집권기간 잠시 있었던 것을 부각시키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고 말했다.

그것도 모자라 당 지도부는 충남도당에서 열린 중앙당 확대간부회의에서 “X파일 정국을 이용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있다”며 역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DJ의 오해를 풀기 위한 `동교동 진사’로 `동교동계’ 출신의 배기선 사무총장이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그렇다면 DJ가 노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합당한 것인가. 또 DJ의 노여움에 전전긍긍해하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모습은 어떠한가.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양쪽 모두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물론 DJ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고문, 정치사찰, 도청 등 반인권 행위 근절에 앞장 서 왔던 그로서는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에도 불법 도·감청이 행해져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시절 도청은 당시 대통령이 모르는 가운데 실무레벨에서 자행된 것 같다”는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의 말에 필자도 공감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금 정경언의 검은 커넥션에 대해 적잖이 분노하고 있다. DJ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비리의 커넥션이 파헤쳐 지도록 적극 협력할 의무가 있는 것이며, 비록 감정이 상하더라도 감정 표출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대통령과 여당지도부는 DJ의 불편한 심기를 헤아리기보다 국민의 심기를 먼저 헤아려야 옳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민은 지금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은모론’이니 ‘역 음모론’이니 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오직 테이프 내용의 진실을 알고자 할 뿐이다.

재벌과 보수언론이 부패한 정치인들과 어떻게 결탁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왔는지, 그 더러운 실체를 이번에는 반드시 밝혀내야만 한다.
그러자면 DJ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아프시더라도, 마음 상하시더라도 진실규명을 위해 조금만 더 참고 인내해 주십시오. 행여 여권이 당신 눈치 보느라 일을 그르쳤노라고 변명하는 일이 없도록 섭섭하시더라도 기꺼이 그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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