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불러내지 못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9-15 19: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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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국회 재경위, 법사위, 정보위 등 각 위원회에서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하네 마네’하고 여야가 싸우고 있지만, 그 싸움은 어디까지나 쇼에 불과하다.

뻔한 결말을 두고 마치 여야가 샅바싸움을 하는 것처럼 연출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단언컨대 국회는 죽어도 이건희 삼성회장을 불러내지 못한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X파일’과 관련한 정보위나 법사위에서의 삼성관련 증인 채택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고 말았다.

다만 삼성 경영과 관련해 재정경제위에서 이 회장을 부르기로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전원불참으로 지난 14일 재경위 증인 채택은 ‘불발’로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이번 정기국회 최대 쟁점인 X파일 문제와 관련, 이건희 회장의 증언은 필수적이다.
공운영·박인회씨의 도청 녹취록 거래 시도 사실에서 밝혀진 국정원의 미온적 대처를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의 증언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가 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게 국회다.
필자는 국회의 이런 모습을 지겹도록 옆에서 지켜 본 사람이다.
고 건 전 서울시장 당시 올림픽대교 군헬기 편법동원 추락 참사사건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당시 故 전홍엽, 남인호 준위, 김우수 상사의 유가족들은 한나라당 당시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김중권 대표, 국방위 박승국 의원 앞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었다.
당시 시민일보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탐사보도 끝에 고 전 시장이 민간위탁한 조형물 설치공사에 군헬기를 편법 동원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것도 조형물을 월드컵 D-1년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한 의혹을 갖고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하여 고 전 시장을 국감증인으로 불러내는 것에 대해 누구 하나 나서려는 사람이 없었다.
한나라당도 정기국회에서 이 사건을 ‘국정조사’키로 내부방침을 정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실제로 당시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에 발생한 올림픽 대교 군헬기 추락 참사를 단순사건으로 넘어가기에는 일부 언론에서 너무 많은 의혹을 제기했다”며 “당 수뇌부가 오는 9월에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국정조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고 전 시장은 끝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정무부시장이던 탁병오씨가 그를 대신해 증인석에 섰을 뿐이다. “군헬기 편법동원 의혹을 당 차원에서 적극 규명하도록 노력하겠다”던 한나라당의 장담은 허언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게 필자가 알고 있는 국회다. 이런 국회를 믿고 살아야 하는 국민이 그저 불쌍한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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