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중립 지키기 어렵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0-06 19: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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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시민일보를 보면 도무지 어느 편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자신을 애독자라고 밝힌 어느 중년 여성분의 볼멘소리다. 편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굳이 그분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어느 쪽 편도 아니라는 것은 이미 지면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다. 그리고 언론이 중립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로 사실 시비거리가 못된다.
그런데도 독자가 새삼스럽게 이점을 문제 삼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이 어떤 형태로든 줄곧 어느 한편에 서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립이라는 정도를 걸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가령 우리는 창간 11주년 당시 서울·경기·인천 등 각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축하원고를 받았으나, 이명박 서울시장으로부터 “비판언론의 생일을 축하해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를 거절당한 일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지 이 시장이 시정을 올바르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했을 뿐”이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한 이 시장의 옹졸함을 지적했었다.

이후 박사모가 한나라당내 유력주자 가운데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도가 급상승, 박근혜 대표에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여권이 약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한 일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한 음모론’이라는 칼럼을 통해 이명박 서울시장은 여권의 입장에서 볼 때에 무서운 상대로 그를 ‘약한 후보’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 시장을 옹호한 일이 있다.

또 이 시장의 지지도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에 대해 “청계천 특수”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청계천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는 우리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청계천은 복원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조경시설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청계천이 이후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앞서 이 시장이 광주 5.18묘역 참배 당시 파안대소한 사건이 ‘오마이뉴스’에 보도되면서 그가 곤경에 처했을 때도 우리는 “유 영 강서구청장의 조크 때문”이라는 보도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혔고, 결국 그가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때로는 이 시장의 시정을 강력히 비판하고, 때로는 그를 옹호(?)해 왔다.
오죽하면 지방지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시민일보가 이 시장을 위기에 몰아놓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그를 위기로부터 구해내기도 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의도된 일이 아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있는 현상을 사실 그대로, 그리고 그 현상에 따른 전망을 있는 그대로 보도한다.
그러다보면 때로는 이 시장 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와 대척점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런 현상이 이상하게 비춰지는 현실에서 언론의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독자제위께 묻고 싶다. 그러면 우리가 이 중립성을 던져 버려야 옳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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