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파문’ 은 없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0-13 19: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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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지금 우리나라의 언론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른바 ‘강정구 교수 파문’을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강 교수 파문사건’이란 것은 실체가 없다.

다만 정치권이 이미 썩어 문드러진 국가보안법을 되살려내기 위해 요란한 굿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아주 타당한 권리로,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라도 사상과 양심에 따라 어떠한 표현이건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 교수가 `6.25는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찬·반논쟁을 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을 빌미로 강 교수를 형사 처벌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검·경이 강 교수를 처벌하겠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사실상 관에 들어가 누워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국보법’ 아닌가. 그러나 국보법 폐지는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마당이다. 여야 정치권도 이 문제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 다만 대체입법이냐 완전폐지냐 하는 정도의 시각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죽은 송장이나 다를 바 없는 국보법을 운운하며 강 교수 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천정배 법무장관이 검찰의 구속수사 의견을 반려하고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로 사실 논란거리조차 못된다.

법에도 법무장관의 지휘권은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더구나 강 교수 뿐만 아니라, 누구든 인신구속을 남용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물론 천 장관이 나서기 이전에 검찰이 먼저 불구속 수사 방침을 세웠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판단이다. 만일 검찰이 이에 대해 반발한다면, 그것이 잘못된 일이지 천 장관의 잘못은 아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은 지휘권을 발동한 천 장관을 즉각 해임할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단지 여당출신인 장관이 밉기 때문인가, 아니면 숱한 세월 파시즘세력에 의해 복종을 강요받아 온 탓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인가.

한나라당에서 그나마 입바른 소리를 하는 이재오, 김문수, 고진화, 원희룡, 남경필, 박계동, 배일도 의원만이라도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해주기 바란다.

누가 도도히 흐르는 민주주의 역사의 물길을 되돌리려 하는가. 과거 군사독재정권 당시의 파시즘적 망상에 사로잡혀 국민의 사상과 양심을 억압하는 법이 옳다고 말하는 자가 과연 누구인가.

강 교수 발언이 정말 우리나라를 위기에 몰아넣었다고 판단하는 바보가 있다면, 그가 누구인지 꼭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

썩은 송장보다 못한 국보법을 되살려서라도 꼭 강 교수를 처벌해야 속이 시원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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