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시장과 이명박 시장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1-20 19: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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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대권주자 1, 2위로 꼽히는 고 건 전 서울시장과 이명박 시장 가운데 누가 우리나라 대통령감으로 더 적합할까?

최근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해오는 기자들과 정치인들의 수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서울지역 유일한 지방 일간지 편집국장으로서 두 사람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할 수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때 마다 필자는 두 사람을 택시 운전기사에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한 분은 규정 속도 이하로 달리기 때문에 안전하기는 하지만,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려야 한다. 또 한 분은 과속으로 달려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지만, 언제 대형사고가 터질지 몰라 불안하다. 당신이 손님이라면 어느 택시를 타겠는가.
전자는 고 전 시장의 시정 운영스타일이요, 후자는 이 시장의 시정운영방식이다.
고 전 시장은 민원을 듣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매주 1번씩 서울시민들과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갖는 ‘토요데이트’라는 것을 만든 시장도 그다. 토요데이트는 조선 초기 서민의 억울한 사연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임금이 의금부당직청에 설치한 신문고 제도를 지방자치시대에 현대판 신문고 제도로 접목한 것이다.
언젠가 그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민원을 들어도 각종 규정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직접 나서서 민원을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민원인들의 응어리진 마음은 녹아듭니다. 그러면 이미 민원의 절반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처럼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는 반드시 관련 위원회를 둬 해당 전문가들의 견해를 묻고 또 묻는다.
그러니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반면 이 시장은 불도저다.
그는 청계천 복원당시 철거를 반대하며 풍물시장을 만들거나 전업지원을 해달라는 노점상들의 민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실제로 이 시장은 지난 2003년 11월30일 새벽에 5000여명의 공권력을 동원 그들을 강제 철거시켰다. 심지어 자신이 청계천시민복원위원회를 만들어 놓고도 이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다. 이로 인해 2004년 9월 시민위원회 위원들의 동반 사퇴라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되기도 했다. 이렇게 강행한 덕분에 그의 임기 내에 공사가 끝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 청계천에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이 시장의 공로라는 말이다. 인공분수라는 비난을 받거나 전력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나중 문제다.

만일 고 전 시장이었다면 지금도 의견 수렴하느라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상류지천까지 복원하라는 시민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였을 테고, 물이 흘러가자면 앞으로도 상당한 기일이 소요됐을 것이다.

규정 속도 이하로 운전하는 택시 기사가 바람직한 것인지, 과속하는 기사가 바람직 한 것인지, 그 선택은 2008년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양측을 적절히 혼합한 분이 있다면 금상첨화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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