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가 사람 때리는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2-07 18: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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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국회 국방위원회는 7일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와 아프카니스탄 주둔 의료-공병 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을 표결로 통과시키고 말았다. 참석한 14명의 의원 중 찬성은 10명, 반대 3명, 기권 1명이었다.

이를 두고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깡패가 선량한 사람을 때리는 데 망보 격”이라고 비난했다.
파병연장 동의안이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국방위를 통과한 것이다. 토론시간이라야 고작 2시간 내외에 불과했다.

무수란 젊은이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 치고는 국회가 사안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라크 현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임종인 의원은 이날 “쿠르드 주둔은 이라크뿐 아니라 이란, 터키, 시리아 등과 갈등의 씨앗을 심는 것이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 역시 그의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사실 우리 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은 전투 행위가 한 차례도 없었던 지역으로 쿠르드족의 자치지역이다. 비록 이라크 영내에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라크 전체와는 상관없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은 우리가 파병을 하지 않으면 대단한 불이익이라도 있을 것처럼 막무가내로 파병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그런 곳에 우리 군이 주둔하면서 얻는 국익이 과연 무엇일까?
더구나 지금 다른 나라는 모두 이라크에서 발을 뺄 기회를 엿보고 있는 마당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의 64%가 철군을 주장하고 집권당인 공화당조차 철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우리나라 국회만 이 같은 흐름을 역행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지난 5월4일 이라크 저항세력이 로켓포로 자이툰부대를 공격하는 등 일련의 사건, 사고는 이라크 아르빌 현지인이 우리 파병군에 대해 더 이상 평화재건부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점령군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라크 정부의 요청과 UN 안보리 결의에 따라 파병한 것’이라는 찬성론자들의 발언은 설득력이 없다.
오죽하면 임 의원이 “우리가 계속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은 깡패가 선량한 사람을 때리는데 망보고 있는 격”이라고 주장했겠는가.

그런데도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물론 쌀 개방 문제라든가, 비정규직 문제 등 시민사회단체가 당장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이다. 그렇더라도 이라크 파병문제를 우선순위에서 제쳐두는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지금은 자이툰 부대의 주둔을 연장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철군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자이툰 부대를 철군하지 않고 이라크 유엔원조기구의 경비를 새로이 담당하고 파병을 연장하는 것은 결국 테러와 공격을 자초하는 것임을 우리 정치권이 잊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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