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의 오판 ‘아쉽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2-14 18: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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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 후 한나라당이 ‘장외투쟁’까지 나서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오히려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마당이다.
한 포털사이트 여론조사에서도 사학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61%를 넘었고 반대 의견은 2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이 서울 명동 거리에서 전개한 가두 홍보전에 대한 시민의 냉담했던 반응을 두고 “스포츠의 어웨이(away) 경기에서 홈그라운드 이점에, 일방적인 응원에 알 수 없는 주심의 편파심판에, 거기에 소나기 까지 온 가운데 진행된 원정경기에서 지고 온 선수단의 기분 같았다”고 토로했겠는가.

한나라당은 사학법과 관련, 잘못된 관점에서 출발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사학법 관련 장외투쟁 움직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의원이 과반수에 육박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런데도 박근혜 대표의 의지는 너무나 강고하다.

실제로 14일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는 “여론이 어떻다고 하는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며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말 박 대표의 말처럼 국민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혹시 박 대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먼저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면 친 전교조 인사들이 들어가 이들의 이념이 학생들에게 주입될 것이라는 박 대표의 지적은 타당한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같은 당 소속 고진화 의원도 “전교조 회원이 개방형 이사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가기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학법 개정과 이념문제를 억지로 꿰맞추려다보니 이상한 억지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박 대표는 이같은 억지주장을 펴는 것인가.
둘 중 하나다. 박 대표는 정말로 자신이 오판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한나라당의 특정계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만일 박 대표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면, 당 지도부가 장외투쟁에 연사로 동참할 것이 아니라 이같은 오류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오류를 바로 잡아 줄 측근이 없다면 박 대표는 불행한 지도자다.

또 특정계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에서 장외투쟁을 시작했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전략으로 마땅히 수정해야 한다. 지난 10월 재·보궐선거 당시 국가정체성 논란에 불을 붙이고 득을 본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4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갖고 있는 정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특정 기득권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서민층의 미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
거듭 말하지만 사학법과 관련해 국민이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박 대표가 잘못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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