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의 착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1-18 18: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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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INK:1} 집권 여당의 당의장 선거를 앞두고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날선 신경전이 치열하다.
정동영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당권파 책임론’을 제기한 김근태 의원을 비난하며 “내부로 총구를 겨냥해서 지나간 책임론을 가지고 따지는 것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고 당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날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싸우면 당이 못산다”며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제 탓’이오 해야 한다”고 은근히 책임론을 제기한 김근태 의원을 꼬집었다. 얼핏 보면 김근태 의원이 분열주의자인 것처럼 오해받을 수도 있는 말이다.
실제로 정 의원은 최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분열주의자가 당을 망친다”며 김근태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정 의원의 주장처럼 이 문제를 가지고 부질없는 논쟁을 벌이는 것이 당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당을 2년 동안 망가지게 한 주범이 바로 허깨비 노선 투쟁”이라는 그의 지적은 옳지 않다. 더구나 김 의원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제 탓’이요”해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정작 책임을 전가하는 쪽은 정 의원 자신이기 때문이다.
사실 “당권파에게 다시 당을 맡길 수 없다. 바꿔야 한다”는 김 의원의 지적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비록 정 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당무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하나, 지난 2년간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인사들이 중요한 당직을 도맡다시피 했기 때문에 오늘날 집권당의 추락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의원의 말처럼 국민은 현명하다. 그래서 집권당이 정말 변하는지, 흉내만 내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만에 하나 정 의원이 당 의장으로 복귀한다면, 과연 누가 열린우리당의 변화를 기대나 하겠는가.
특히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는 실패한 마당이다. 그로인해 열린우리당의 지지층인 중산층과 서민층이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지는 분명해 지는 것 아니겠는가.
지난해 3월 한 신문이 실시한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0.8%의 지지를 받았던 정 의원은 같은 해 12월 조사에서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9%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자신의 말처럼 정말 잘못한 것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지지도가 큰 폭으로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당 복귀와 함께 달라진 행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김근태 의원과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정 의원은 당초 열린우리당을 과반 의석 정당으로 만들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용’이라는 애매한 노선으로 서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었던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집권당에 등을 돌린 우리당 지지자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책임을 전가하는 쪽은 김 의원이 아니라 정 의원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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