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정말 썩었습니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3-02 18: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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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국회의원들의 철도무임승차폐지에 나선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무척 화가 난 것 같다.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특권에 반대한다”며, 철도무료승차권을 반납했으면서도 정작 ‘철도무임승차 폐지’ 법안에는 사인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의원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러면서 무슨 개혁을 하느냐, 정말 역겨워 참을 수 없다”고 소리를 질렀겠는가.
실제 이 의원이 무임승차폐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할 때 민노당 소속 의원 9명은 철도카드를 철도공사에 반납하는 행사를 열었다.
심지어 지난달 10일에는 천영세 민노당 의원단 대표가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특권에 반대해 온 민노당이 철도 무임승차 문제에 있어서는 부주의했다”고 고백하면서 국민 앞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철도를 무임승차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법 31조에 따라 국유의 철도·선박·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철도의 경우 지난 2005년 1월부터 국유기업인 철도청에서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로 업무기관이 전환됨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철도를 무임승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특권을 폐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의원의 ‘철도무임승차 폐지’ 법안에 사인한 국회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고작 16명뿐이었다. 물론 그 가운데 민노당 소속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계진 의원은 “무임승차폐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할 때 민노당은 카드 반납행사를 했다. 그래서 ‘나에게 지지를 하는 구나’하고 생각해서 보좌관을 통해 법안에 사인해 달라고 보냈더니, 안 해줬다. 정말 역겹고 분개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서도 서명을 안 한 의원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고, 법안을 발의한 이계진 의원이 속한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대부분이 서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실제 이 의원은 “철도가 국유가 아닌데 그걸 공짜로 타면서 그걸 없애려는 법안을 내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동료의원들은 대놓고 내 면전에서 욕을 하더라. 정말 생각 자체가 썩었다”고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따라서 민노당으로서는 자신들만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노당은 우리나라 유일의 진보정당이다. 즉 다른 정당과의 숫자 비교우위나 따지면서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려 들거나 정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정당이라는 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의 진보정당은 토양이 척박하다. 따라서 ‘다른 정당보다는 조금 더 깨끗한 정당’이라는 이미지 정도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깨끗하되, 절대적으로 깨끗한 정당’으로 자리매김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결코 17대 총선과 같은 기적을 재현 할 수 없을 것이다. 민노당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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