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死票는 없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5-29 20: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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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군사정권 시절 평민당에서는 김대중 총재가 대통령 후보로 나섰고, 재야에서는 백기완 선생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일이 있다.

당시 민주청년단체협의회 회장이던 고(故) 이범영 의장과 민중신문 편집위원장이었던 필자는 이른바 ‘DJ 비판적 지지’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의장은 당선 가능한 DJ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백 선생에게 가는 표는 사표(死票)가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그것은 군사정권의 연장을 도와주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비록 백기완 후보가 당선되지는 않더라도 민중의 결집된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백 후보의 득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민중에게 힘이 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표론’을 전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997년 대선에서 권영길은 33만표를 받았다. 이인제 당시 후보는 500만표를 받았다. 그 33만표는 살아서 민주노동당을 창당을 시키고 2004년 10명의 의원을 국회에 보냈다. 그런데 당시 권영길에게 가는 표는 사표라고 했다. 권영길이 100만표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나라가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인제 후보의 500만표는 완벽하게 죽었다.”

한마디로 33만표가 ‘사표’가 아니라 ‘희망표’였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면 사표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과거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권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열린우리당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당이 해체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또 다르다.
어느 선거에서든 사표(死票)란 것은 없다. 민심이 정확하게 정치권에 전달되는 것은 오직 투표행위 뿐이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치권에 전달한다.

열린우리당을 찍는 데에는 열린우리당을 찍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고, 한나라당을 찍는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물론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을 선택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당의 후보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그것은 유권자에 대한 기만행위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지방자치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구의원 선거는 중대선거구제로 진행된다. 한 선거구에서 2명이나 3명을 선출한다는 말이다. 또 비례대표도 선출한다. 즉 어느 정당의 어느 후보를 지지하면 곧바로 결과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사표란 없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서로 상대 정당에게 가는 표를 ‘사표’라고 말하기에 앞서 자신들을 지지해야하는 보다 분명한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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