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겸손해야 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5-31 22: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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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INK:1} 5. 3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상대로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이같은 결과는 여야 각 정당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참패로 인해 ‘책임론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다.

반면 승리에 도취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대권주자들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박 대표, 이 시장, 손 지사 등 3인방이 7월 전대에 전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후보간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 ‘싹쓸이’에 대해 자만하기보다는 오히려 겸손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나라당이 받은 지지는 무능한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 혐오가 준 반사이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결코 스스로의 힘에 의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면 2007년 대선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의 승리가 지난 2002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운 좋게(?)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당선자는 보다 더 겸손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맹형규 전 의원이나, 홍준표·박진 의원 등 누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더라도 마찬가지 결과였을 것이다.

결코 오 당선자의 능력이나 자질이 뛰어나서 당선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운이 좋아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히려 험난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쩌면 시장이 되는 과정보다 시정을 이끄는 과정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사실 서울시정은 말처럼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소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중차대한 자리다.
실제 서울시장은 1000만명의 인구와 16조원에 이르는 재정규모를 갖춘 시의 최고책임자다. 어디 그뿐인가.

조 순에 이어 고 건, 이명박 현 시장으로 이어지는 민선 서울시장들은 하나같이 대선 후보의 명단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을 만큼 정치적 위상 또한 매우 크다. 오죽하면 “서울시장은 청와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러나 오 당선자는 당내 경선과정은 물론, 다른 정당 후보들과의 싸움에서도 자신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해 검증받은 바 없다.

과연 ‘소통령’이라는 서울시장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것조차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능정권 심판’이라는 일종의 ‘묻지마 투표’에 의해 시장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오 당선자 스스로도 얼마든지 깨뜨릴 수 있다. 아주 간단하다. 진정으로 서울시민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올바른 시정을 전개해 나가면 된다. 이는 그저 듣는 귀만 열려있어도 가능한 일이다. 겸손하면, 시민들의 소리가 들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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